지난달 우리나라의 공식 실업자 수가 8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3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공식 실업률 통계는 고용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것이 실업대란의 서막을 알리는 단순 수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신규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양산되기 시작하는 3월이면 실업자 수는 100만 명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의 실정이 이런 요즘 미국에서 일자리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거리다.
일례로 아이오와주에 자리잡은 창호 제조업체 펠라는 전체 인력 3900명 가운데 33%에게 '주 4일 근무제'를 적용 중이다. 이는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경영진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는 회복되는데 막상 숙련 노동력이 부족하다면 애 먹을 게 뻔하지 않겠는가.
오하이오주 소재 철강업체 AK스틸도 근로시간 단축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제니퍼 채트먼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감원 대신 노동 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근로자의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경기 회복시 새로운 노동력을 고용해 훈련시킬 필요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당국은 시공무원의 근로시간과 임금을 10% 줄였다. 인력을 줄일 경우 시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경기침체에 따라 근로시간이 주 35시간 미만으로 감소한 정규직 수가 2007년 11월 149만 명에서 지난해 11월 257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사이 72% 증가한 셈이다.
컨설팅업체 왓슨와이어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 기업 가운데 26%가 올해 감원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조사에서 23%로 줄었다. 일각에서나마 감원 대신 다른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이런 추세와 관련해 "해고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고통 분담법"이라고 평한 뒤 "경기 회복시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감원 없이 임금 부담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은 기업마다 다르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 컴퓨터는 종업원의 무급 휴가 기간을 연장했다. 인터넷 통신장비 제조업체 시스코 시스템스는 지난 연말 4일 간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15년 동안 감원이 한 번도 없었던 캔자스주의 콘크리트 생산업체 프리테크는 잔업을 없애고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 건설용 콘크리트 생산 부문으로 인력을 더 배치했다.
일자리 나누기를 명분으로 실질 임금까지 대폭 줄인다면 갈등이 불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서 우리가 참조해야 할 것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사례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은 1993년 주당 36시간이었던 노동시간을 28.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임금을 10% 삭감했다. 그렇게 해서 일자리 2만 개를 지켜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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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폴크스바겐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전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일자리 나누기에는 각계의 고통 분담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말만 있고 행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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