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큼 노동 존중, 노동권만큼 경영권 존중" 李대통령 '균형' 메시지도 한몫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우려 속 정부 막판 중재 결실
靑, 삼성전자 노사합의에 "대승적 결단 감사"
李대통령, 여러 차례 '노동권·경영권 균형' 메시지 발송
소년공 출신 李대통령, 노동 존중 앞세우되 "적정한 선 있어야"…절제 당부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이재명 정부의 노사 상생 기조가 중대 시험대를 넘었다. 국내 최대 기업의 노사 갈등이 총파업으로 번질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파국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1일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하다"면서 "끝까지 중재에 임해준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개별 기업 노사분규의 봉합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수출, 공급망의 핵심축이다. 노사 갈등이 총파업으로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협력업체와 반도체 생태계, 금융시장 심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합의 과정은 마지막까지 팽팽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재원과 사업부별 배분 기준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과 적자 사업부 배분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남았다. 2차 사후조정도 한때 결렬되며 파업 위기감이 커졌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대화가 재개됐고 이 과정에서 노사는 한발씩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화를 통한 협상 환경을 만드는 신호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과 주주의 이윤 권리를 함께 언급하며, 노사 어느 한쪽도 일방적 요구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제헌 헌법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기업이익 균점권'을 거론하면서도,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언급해 정부의 강경 대응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특히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한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라는 상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개인의 경험을 정치적 서사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왔고, 노동 존중을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서 이 대통령은 노동권 보호만을 앞세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언급은 노동 친화 정부라는 기존 이미지를 확장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한 실용적 메시지로 평가됐다.
정부는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앞서 노사가 사후조정을 재개한 데 대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기로 한 만큼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 개입보다는 대화의 장을 유지하고 조정 절차를 뒷받침하는 메시지였다.
이후 정부는 단계적으로 메시지 강도를 높였다. 노동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파업이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질 경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결국 최종적으로 강제 조정보다 자율 합의를 통해 파국을 피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중재 성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도 메시지를 보탰다.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다만 "거리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면서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을 주장했던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이 있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와 주주"라며 "세금도 떼기 전에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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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안은 23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다만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자사주 지급 방식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됐지만 성과 배분의 공정성, 사업부 간 형평성, 노사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합의가 일회성 봉합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시적 대화 채널 등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구조가 정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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