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현재의 법 그대로 적용땐
삼성 반도체·머스크 테슬라 ‘배임죄’
사업 초기 거대 적자 극복하고 성공
위험은 스타트업 숙명 미래가치 봐야

박수만 변호사

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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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는 실패인가? 혁신의 과정일 수도 있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때 8000대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방위산업, 에너지와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이 흐름은 사회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그들의 롤 모델은 단연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가업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래형 사업을 일으켜 세계 최대 기업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초기 실패가 반복되며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나사(NASA)와의 계약으로 기사회생했다. 2004년 공동 설립한 테슬라 역시 10년 이상 적자를 이어갔다. 누적 손실은 수십억달러에 달했지만, 결국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머스크의 사례는 말해 준다. 적자는 실패가 아니라 투자와 혁신의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시작했지만, 당시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삼성은 후발주자로서 14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83년 2월8일 도쿄에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요 미래사업이다"라고 선언하며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인텔은 삼성을 "과대망상증 환자"라 비웃었고, 일본 미쓰비시는 '삼성이 반도체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삼성은 1988년 4MD램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하며 첫 흑자를 기록했고, 이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법과 제도의 현실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스타트업의 초기 적자 구조와 장기적 투자를 인정하기보다는 각종 규제를 적용해 미래산업 창출을 처벌하거나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2차전지 개발 신설회사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 취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없었으니 투자금을 모집한 것은 사기적 홍보 때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본질은 바로 미래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 보자. 현재의 법을 적용한다면, 이 회장의 1983년 동경선언에 참여한 계열사들의 이사와 임원들은 업무상배임죄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소수주주들이 선임한 독립이사들이 대주주 회장의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해 줄까? 스타트업 기업이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사기적 홍보가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는 현실적 기준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불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한 제2, 제3의 동경선언이 가능하겠는가?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그 위험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향한 투자다. 혁신을 위한 적자와 그렇지 않은 적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삼성전자 반도체 모두 사업 초기에는 거액의 누적 적자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계를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법 집행기관들은 스타트업들을 대함에 있어서 겸손해야 한다. 이 회장의 결단, 머스크의 도전, 그리고 수많은 투자자의 용기를 존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적자는 혁신의 씨앗일 수 있다. 그 씨앗을 지켜낼 때만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열린다. 우리나라에도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장기간 적자를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법 집행기관들이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혁신의 싹은 자라기도 전에 잘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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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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