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협상 타결보다 봉합될 것...6개월내 풀리기 어려워"[경제정책 줌인]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지 3개월이 다 돼가지만, 불안한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뿐 종전 협상은 답보상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도 그 오래된 오독의 연장선에 있다.
이라크 전쟁, 예멘 내전,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보면 중동에 분쟁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동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동 외교 전문가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 인터뷰
"큰 합의 대신 부분적·한시적 잠정합의로 위기 관리"
"산업계, ‘6개월내 안 풀린다’ 전제 시나리오 짜야"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지 3개월이 다 돼가지만, 불안한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뿐 종전 협상은 답보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더니 보류 결정을 내렸고,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다음주 초까지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의 근본적 원인과 향후 전망, 중동 지정학의 변화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중동 외교 전문가인 문병준 전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문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친이스라엘 진영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고, 이란 최고지도자 체제는 강경파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론적으로 단기에 오바마식 포괄 합의(JCPOA)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낮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타결’이 아니라 ‘불완전한 봉합’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큰 합의 대신 부분적·한시적 잠정합의로 위기를 관리하면서 시간을 버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는 “통행료 카드는 (실제) 징수보다는 협상 의제 확대가 목적이고 핵 문제만이 아니라 호르무즈 통제권까지 별도 의제로 다루도록 압박하는 카드”라며 “해협 개방과 종전은 한 번의 딜이 아니라, 이란이 시간을 끌고 미국이 점진적으로 관리하는 장기 불안정 구도로 갈 것”이라며 “한국 산업계는 ‘이 구도가 6개월 안에 풀리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사는 요르단국립대 아랍어문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에딘버러대학에서 이슬람·중동지역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학했다. 이후 외교부의 국제관계·중동 전문 경쟁채용을 통해 외교관의 길에 들어서 중동에서만 10개 공관에서 26년을 근무했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외교부 장관 특사로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를 방문했다.
- 강훈식 비서실장이 사우디, UAE, 카타르, 오만을 다녀왔고 이란은 정병하 특사가 방문했다. 특사 방문의 취지와 성과를 얘기하자면.
▲중동에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속담이 있다. 그 말이 그냥 수사가 아니다. 중동 외교에서 신뢰는 평시에 쌓이지 않는다. 위기 때 어디에 있었는지로 결정된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국 인사들의 반응이다. 전쟁 여파로 외국 인사 발길이 거의 끊긴 시점에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의례적인 환대가 아니라 “우리를 잊지 않았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자리들이었다.
성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양국 간 신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둘째, 전후 복구 참여에서 한국 기업의 우선권을 확보했다. 셋째, 에너지 공급 안정 협력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 신뢰가 협력 자산으로 전환된 방문이었다.
- 최근 쓴 글을 보면 미국과 유럽이 중동을 오독하고 있다고 했다.
▲오독의 핵심은 중동을 '군사적으로 관리 가능한 공간'으로 보는 데 있다. 압박하면 굴복하고, 체제를 때리면 사회가 흔들리고, 강한 제재가 결국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동에서는 외부 압박이 오히려 내부 강경파에게 정당성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라크가 그랬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을 무너뜨리면 자유 이라크가 들어설 거라고 봤지만, 실제로 들어선 것은 시아파 민병대와 알카에다였다.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였다. 20년 점령 끝에 탈레반이 돌아왔다. 이란도 같은 패턴 위에 서 있다. 군사적으로 타격할 수는 있지만, 그 뒤에 어떤 질서가 남을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구는 전쟁을 시작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전쟁 이후의 정치 질서를 설계하는 데는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중동은 단순한 체제 문제가 아니다. 역사, 종파, 부족, 굴욕의 기억, 외부 개입의 경험이 한 사회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그 복잡성을 보지 않고 힘으로만 접근하면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패배로 바뀐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도 그 오래된 오독의 연장선에 있다.
- 이라크 전쟁, 예멘 내전,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보면 중동에 분쟁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동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나 종파로 설명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더 깊은 곳에 미완의 국가 형성, 취약한 통치, 깨진 사회계약이 있다. 중동 국가들 대부분은 1차 세계대전 종전 과정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그은 인위적 국경 위에 세워졌다. 1916년 사이크스-피코 비밀 협정에서 시작된 분할 구상이 1920년 산레모 회의를 거쳐 현재의 국경으로 굳어졌다. 시민을 하나의 국민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완성되지 못한 채 부족, 종파, 지역 정체성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국가가 약하면 종교가 강해지고, 종교가 강해지면 분쟁이 쉬워진다. 종교는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국가가 흔들릴 때 가장 빠르게 동원되는 언어다.
여기에 외부 개입이 겹치면 분쟁은 장기화된다. 미국, 이란, 사우디, 이스라엘, 터키가 지역 내부 균열에 들어오면 국내 갈등은 곧 대리전이 된다. 한 번 전쟁이 시작되면 민병대와 준국가 행위자가 치안과 경제까지 장악하면서 국가를 더 약하게 만들고, 그 약한 국가는 다시 외부 개입을 부른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리비아가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중동의 불안정은 개별 사건의 연속이 아니다. 약한 국가, 외부 개입, 무장 세력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적 위기의 반복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분쟁은 형태만 바꿔 가며 계속될 것이다.
-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국토의 상당 부분이 공격받고 파괴됐는데도 이렇게 버티는 이유, 버틸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
▲민족성이 아니라 국가 구조 때문이다. 이란은 165만㎢ 산악 국가다. 자그로스 산맥과 엘부르즈 산맥이 국토를 가르고, 도시는 분지에 흩어져 있다. 공습으로 핵 시설과 지휘부를 타격할 수는 있어도, 국토 전체를 점령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자급 기반이 받친다. 이란은 원유, 가스, 밀, 쌀, 육류 대부분을 자체 생산한다. 제재로 외화 부족과 인플레이션은 극심하지만, 기본 생존은 유지된다. 1980년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견딘 이유이기도 하다.
통제 구조도 강하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이 아니라 체제 보위군이다. 군대, 경제, 정보, 외교까지 장악한 ‘국가 안의 국가’다. 최고지도자 체제가 위에서 정통성을 받쳐준다. 위기 때는 이 구조가 더 단단해진다.
마지막으로 이란은 전면전이 아니라 소모전에 최적화된 나라다. 시아파 반월지대(이라크·시리아·레바논·예멘)에 영향력을 분산해 두고 충격을 흡수한다. 국토 일부가 공격받아도 체제가 즉시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다만 ‘무너지지 않는다’가 곧 ‘지속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란 리알화 폭락, 청년 실업, 민생 불만이 누적되면 장기 균열의 가능성은 분명히 커진다. 단기 회복력과 장기 취약성을 함께 봐야 한다.
- 중동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고 했다. 이란의 버티기 외교를 '바자르(시장) 전략' 또는 '양탄자 전략'이라고 하던데.
▲ ‘바자르 전략’은 정확한 표현이다. 이란인의 협상 DNA에는 5000년 상인 문화가 들어 있다. 정찰제는 없고, 첫 가격은 협상의 시작일 뿐이며, 인내가 가격을 결정한다. 양탄자를 짜듯 한 땀씩 시간을 들여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방식이다.
오바마 정부 때 핵 합의가 20개월 끌었던 이유도 같다. 이란은 미국 대선 일정, 행정부 임기, 의회 지형, 동맹 부담, 유가 사이클을 모두 계산에 넣고 움직였다. 결국 가격은 미국 쪽에서 올렸다.
앞으로도 이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단순 물류 통로가 아니라 ‘언제든 닫을 수 있는 협상 카드’로 본다. 유가가 오르고 동맹 부담이 커질 때마다 조건을 한 단계씩 끌어올릴 것이다.
다만 이란이 항상 이긴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이 대안 경로 확보, 에너지 다변화, 군사 옵션을 동시에 밀어붙이면 이란의 버티기는 역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1988년 호메이니가 이란-이라크 전쟁 종전 결의에 응하면서 “독배를 마신다”고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결국 호르무즈 개방과 종전은 한 번의 딜이 아니라, 이란이 시간을 끌고 미국이 점진적으로 관리하는 장기 불안정 구도로 갈 것이다. 한국 산업계는 ‘이 구도가 6개월 안에 풀리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 지금 이란의 핵 농축 문제가 커 보이지만 보상 문제, 제재 문제,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중동 내 미군 기지 문제 등이 엮여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세력을 설득할 수 있을 만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겠다.
▲핵만 따로 떼어내 풀 수 있는 협상이 아니다. 핵 농축 동결만 합의하기에는 이란이 감수해야 할 전략적 비용이 너무 크고, 미국이 단독으로 제시할 보상은 너무 작다. 결국 핵 문제, 제재 해제, 동결 자산 반환, 호르무즈 통제, 역내 미군 자산에 대한 위협 중단,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문제까지 한꺼번에 묶인 패키지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패키지가 미국 국내 정치와 정면 충돌한다는 점이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진영은 핵 농축 영구 폐기, 미사일 사거리 제한, 헤즈볼라·하마스·후티 지원 해체까지 요구한다. 이란이 수용 가능한 최대치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워싱턴 상한선과 테헤란 하한선 사이의 간격은 오바마 시절보다 더 벌어져 있다.
이 간격을 메울 정치적 자본이 양쪽에 모두 부족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진영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고, 이란 최고지도자 체제는 강경파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단기에 오바마식 포괄 합의(JCPOA)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낮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타결’이 아니라 ‘불완전한 봉합’의 반복이다. 큰 합의 대신 부분적·한시적 잠정합의로 위기를 관리하면서 시간을 버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 전쟁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평화협정도 원하지 않는 것 같고,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을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미국에 이란은 ‘관리 가능한 위협’이지만, 이스라엘에는 ‘실존적 위협’이다. 거리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격이 다른 사안이다. 미국이 충분하다고 보는 합의가 이스라엘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미·이란 협상 환경을 흔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단순한 ‘협상 방해’로만 보면 사안의 한쪽 면만 보는 셈이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 차원의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협상 균형을 바꾸는 것이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격, 시리아 내 이란 자산 타격, 가자 작전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이스라엘 국내 정치다. 네타냐후 정부에 전쟁 지속은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가자 작전 책임, 인질 협상 실패, 사법 개혁 논란이 동시에 그를 덮친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안정된 평화협정보다 ‘관리된 긴장 상태’를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게 본다.
협정 없는 긴장은 이스라엘 안보 논리와 네타냐후 정치 논리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 두 논리가 분리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행보는 미·이란 협상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미국이 추가 공격을 예고하고 있다. 지상전 같은 확전으로 갈 수는 없겠고, 추가 공습으로는 이란 압박에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상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란은 인구 9000만명, 면적 165만㎢의 산악 국가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문제는 미국이 혼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중동에서 외국군 지상전이 완전히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후세인 체제에 반대하는 시아파 다수와 북부 쿠르드족을 내부 동맹 세력으로 확보하고도 8년 점령 후 결국 친이란 시아파 정부에 자리를 내줬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북부동맹이 미군과 함께 카불에 들어갔지만 20년 만에 탈레반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그런데 이란에는 그런 내부 동맹 세력조차 없다. 강경파 노선에 불만을 가진 흐름은 분명히 있지만, 외국군과 손잡고 자국 영토에서 전투를 벌일 조직된 반정부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란 사회는 체제에 대한 불만과 외세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별개로 작동한다.
펜타곤도, 의회도, 미군도 이 시나리오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교훈을 가장 잘 아는 것이 미국 자신이다.
따라서 옵션은 추가 공습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 1차 공습으로 핵 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방공망 일부를 타격했지만 이란 체제의 전략 계산은 바뀌지 않았다. 추가 공습은 양보를 끌어내기보다 핵무장 결심을 굳히고 비대칭 보복을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입장에서 추가 공습은 실질적 해법이라기보다 협상 압박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 내 친이스라엘 강경 진영의 압박이 누적되면 제한적 추가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공격과 공격 가능성 사이를 오가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 브루킹스 연구소 전문가들이 미중 정상회담 전에 대담한 것을 보니까 이렇게 얘기하던데, 동의하나?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 휴전 유지 + 동결된 갈등, 의미 있는 평화 협정은 매우 어려움. 이란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 미국은 전쟁 목표 네 가지 모두 달성 실패(핵 농축 중단, 헤즈볼라·하마스·후티 지원 중단, 미사일 폐기, 정권 교체). 오히려 이란은 미사일을 더 늘리고, 핵무기 필요성을 더 절감했을 가능성이 있다.”
▲큰 틀에서 동의한다. 특히 '동결된 갈등(frozen conflict)' 시나리오, 즉 휴전은 유지되지만 실질적 평화협정은 없는 상태가 가장 가능성 높다는 진단은 정확하다. 현재 중동의 힘의 구조 위에서 보면 그 외의 시나리오는 모두 더 큰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쟁 목표 네 가지 미달성 평가도 사실관계상 맞다. 핵 농축은 완전 중단이 아니라 일시 조정이고, 헤즈볼라·하마스·후티 지원은 약화됐을 뿐 끊긴 게 아니다. 미사일 폐기는 협상 본론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정권 교체는 사실상 폐기된 목표다.
다만 “이란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는 한쪽 측면만 본 분석이다. 이란은 시간 통제에서 우위지만, 경제와 사회에서는 압박을 받고 있다. 리알화 가치는 1979년 혁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로도 20%를 넘는다. 민생 불만이 누적되면 시간을 무한정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따로 있다. 이번 전쟁이 이란 강경파에게 “핵 없이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심었을 가능성이다.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달랐던 사례들이 이미 이란 내부 담론에 깊이 박혀 있다. 이번 공습이 그 인식을 더 굳혔다면, 향후 협상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가장 깊은 변수가 된다.
- 이란 내부에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고, 또 그 중간지대도 있을 것 같은데.
▲이란 내부에는 강경파, 온건·실용파, 그리고 중간층이 있다. 다만 중간층은 독립된 제3세력이 아니라 힘의 균형에 따라 움직이는 조정층이다. 강경파는 혁명수비대, 성직자 핵심, 보안·정보기관, 군사 엘리트가 축이다. 온건파는 정부 관료, 외교 라인, 경제 관료, 기술 엘리트가 축이다.
이란 정치의 핵심은 두 극 사이에서 중간층이 흔들리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래서 타협이 어렵다. 라프산자니, 하타미, 로하니까지 온건 노선은 늘 강경파의 제동에 막혔다. 2009년 녹색운동, 2017년 시위,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시위 모두 결국 강경파가 통제력을 회수하는 것으로 끝났다.
강경파가 전쟁을 원하는가는 결을 나눠 봐야 한다. 전면전은 강경파도 원하지 않는다. 체제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러나 평화협정 없이 긴장이 지속되는 '회색지대 충돌'은 강경파에게 유리하다. 외부 위협이 상시화되면 내부 통제 명분이 강화되고, 온건파 협상론은 힘을 잃고, 혁명수비대의 정치적 위상은 올라간다.
결국 강경파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완전한 평화도, 통제 불가능한 전면전도 아니다. ‘관리된 긴장’이다. 이란이 외교·핵 문제에서 늘 타협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강경 쪽으로 끌려가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호르무즈는 국제법상 국제 해협이고, 무해통항권이 보장되는 국제 수로다. 이란이 일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하면 미국, EU(유럽연합), 걸프 국가, 아시아 주요 수입국이 모두 반발할 것이고, 통행료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다. 이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 발언을 통행료 수입을 노린 조치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이란의 통행료 카드는 호르무즈에 대해 “실효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양측이 페르시아만에서 서로의 유조선을 공격하며 해운을 마비시켰던 시기부터,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전략 자산으로 보아 왔다. 이번에 한 단계 더 명시화한 것이다. 국제 수로가 아니라 ‘협상 가능한 전략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신호다.
현실적으로 가능성 높은 것은 공식 통행료가 아니라 ‘비공식 비용 부과’다. 특정 국가 선박에 대한 선별 검문, 통항 절차 지연, 해상 안전 위협 고조, 보험료 상승 유도로 사실상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통과 전쟁보험료는 전쟁 전보다 크게 올라 있다. 명시적 통행료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통행료와 같은 효과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
결국 통행료 카드는 징수보다 협상 의제 확대가 목적이다. 미·서방이 이란과 협상할 때 핵 문제만이 아니라 호르무즈 통제권까지 별도 의제로 다루도록 압박하는 카드다.
- 중동은 왕정이 대부분이다. 이란은 혁명으로 건설된 국가이고, 혁명을 수출한다고 한다. 계속 그러는 이유는?
▲이란과 중동 왕정의 충돌은 단순한 시아파-수니파 갈등이 아니라 '혁명 수출'이라는 구조적 위협감이 핵심이다. 1979년 호메이니는 팔레비 왕조만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중동 전역의 왕정 자체를 부정하는 이념을 들고 나왔다.
사우디, UAE, 요르단, 모로코, 바레인 같은 왕정에는 이것이 외교 문제가 아니라 체제 문제다. 1981년 사우디 주도로 GCC(걸프협력회의)를 만들어 방어선을 구축했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내내 사우디가 후세인 정권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사우디에게 진짜 막아야 할 상대는 후세인이 아니라 이란 혁명이었다.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이라크 민병대는 이란이 해외에 뻗은 실질적 연장선이다.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이 자금·무기·훈련·전략을 공급하고, 현지에서 이들은 반정부·반서방·반이스라엘 정당성을 끌어올려 해당 국가를 안에서 흔드는 압력 장치로 작동한다. 후세인 사후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가 어떻게 ‘국가 안의 국가’가 됐는지가 가장 분명한 사례다.
왕정 국가들이 이란을 군사적·외교적 상대가 아니라 ‘혁명 발신국’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중동 갈등은 ‘왕정 대 혁명’ 구도다. 시아파-수니파 분쟁은 표면의 틀이고, 본질은 왕정 체제 안정과 혁명·저항 네트워크 확산 사이의 충돌이다. 이 구조가 이란과 왕정 국가의 갈등을 장기화하고,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그래도 이란이 계속 ‘혁명 수출’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내 자산을 지원해야 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힘들다.
▲국내 강경파, 즉 성직자 집단과 혁명수비대가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이란이 시아파의 확산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란 강경파가 반미, 반이스라엘을 외치면서 자기 이익을 취하고 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가 국가 경제의 20~40%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 산업을 비롯해 제조업, 농업도 일부 장악하고 있다.
- UAE는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 체결, OPEC 탈퇴 등으로 그동안의 중간지대적 입장을 버린 것 같은데.
▲"중간지대를 버리고 미국·이스라엘 편에 줄섰다”는 해석은 표면만 본 것이다. 본질은 ‘전략적 재배치’에 가깝다. UAE는 사우디 중심 걸프 질서 안의 수동적 중간지대를 접고, 미국·이스라엘·서방 시장·첨단기술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면서 이란·사우디·이스라엘을 동시에 감안해 영향력을 넓히는 ‘새로운 전략적 중간지대’를 만들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단순한 관계 정상화가 아니다. 안보·정보·방산·첨단기술·농업·ICT 협력을 통해 ‘미국·이스라엘·UAE’ 안보 구도를 내부화하는 선택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아이언돔이 UAE에 배치된 사실이 5월 12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입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이미 안보 차원에서 한 몸이 된 것이다.
OPEC 탈퇴는 더 큰 메시지다. 1960년 창설 이래 사우디 주도 가격·증산 관리 체제를 벗어나, 국제 원유 시장에서의 자율성과 미국 시장 중심 에너지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다. 동시에 사우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UAE 전체 인구는 약 1100만 명에 이르지만, 자국민은 그중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인구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뜻이다. 자국민 기준으로 보면 사우디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규모다. 영토도 사우디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체급으로 사우디 주도 걸프 질서를 벗어나 미국·이스라엘 안보망에 깊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한 모험이다. 그러나 동시에 체급을 키우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UAE가 안보적으로 너무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인상도 든다. UAE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거리가 매우 가까운 국가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 안보망과 깊게 연결될수록, 유사시 이란의 압박이나 보복 가능성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이 흐름이 직접 변수다. 바라카 원전, 방산 수출, 에너지·인프라·국부펀드 협력에서 UAE는 한국의 최대 중동 파트너다. UAE의 전략 재배치가 어디까지 갈지에 따라 한국이 받을 영향의 크기도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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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못하면 9700만원으로 뚝…'6억 vs 4.6억 vs...
앞으로 UAE와 이스라엘의 협력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나머지 중동 국가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변수다. 어쨌든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많은 것을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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