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WHO가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에서 확산 중인 '분디부교 변종 에볼라'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 보건 경보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선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이 감시와 검역, 진단 체계를 강화하고 국제 공조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WHO에 따르면 콩고 이투리주에서는 실험실 확진 사례와 의심 사례, 사망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여기에 콩고에서 이동한 감염자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도 확인되면서, 이번 사태는 이미 국경을 넘은 감염병 이슈가 됐다.
이번 유행이 더 우려되는 이유는 바이러스 종류 때문이다. 현재 확산 중인 것은 기존 백신이 주로 겨냥해온 자이르형(Zaire) 에볼라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드물고 연구가 부족한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BDBV)'다. 이 변이에 대해서는 백신과 치료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는 아니다. 대부분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오염된 물질과 직접 접촉할 때 감염된다. 전문가들도 조기 대응과 격리, 접촉자 추적이 이뤄지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감염병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WHO가 최고 수준의 경보를 발령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전파' 가능성 때문이다. 최초 의심 환자가 나온 뒤 실험실 확인까지 약 4주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고, 그 사이 바이러스가 지역 이동과 국경 간 교통망을 따라 퍼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의료진 감염은 심각한 위험 신호로 꼽힌다. 의료진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는 것은 병원 내부 감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인 의료 시스템이 오히려 확산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발병 중심지인 동부 콩고의 상황도 문제다. 이 지역은 무장 분쟁과 정치 불안,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겹쳐 있다. 도로망과 진단 체계가 부족해 감염자를 찾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여기에 엠폭스 대응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장 의료 시스템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조기 진단과 투명한 위험 소통, 국제 공조라고 말한다.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WHO는 이번 사태가 아직 팬데믹 비상사태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잘 알려진 바이러스에만 맞춰진 백신과 치료제 체계로는 새로운 변이와 희귀 감염병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세계적 대유행을 알리는 선언이라기보다,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경고에 가깝다. 공포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발견, 정확한 추적, 투명한 소통, 그리고 국제사회의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