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시내 노른자 땅에는 고층 아파트가 아닌 3층짜리 중앙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 독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20년에 걸쳐 만들어진 중앙도서관 '오디'가 주인공으로 별명은 '시민의 거실'이다.


핀란드 중앙도서관 '오디' 3층에 위치한 열람실 전경. 이현주 기자

핀란드 중앙도서관 '오디' 3층에 위치한 열람실 전경.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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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핀란드 출장 중 둘러본 오디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부터 자녀가 있는 성인, 공부하기 위해 방문한 청년, 의류 디자인을 하는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보드게임까지 할 수 있어서 주말엔 가족 이용객으로 더 북적인다고 한다. 오디에는 책뿐만 아니라 3D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재봉틀, 음악 및 영상 스튜디오, 게임실, 요리실 등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예약을 통해 원하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우나 빼고 다 있다고 할 정도다. 오디는 도서관이란 언제나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두 가지가 부러웠다. 남녀노소 모두가 한 공간에서 서로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과 무료라는 사실이다. 오디 내부 시설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 재봉틀을 쓰려고 예약했다면 필요한 실만 챙겨가면 된다. 어린이 놀이터 공간은 당연히 모두에게 열려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품격 공공 서비스로 환원된다는 효능감 덕분일까 핀란드 국민들은 기꺼이 세금을 낸다. '정책 피드백 효과'가 제대로 작용한다. 핀란드는 조세 저항이 낮은 국가 중 한 곳이다. 핀란드 개인 소득세는 소득을 많이 받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4만 유로(약 7000만원)를 벌면 개인 소득세는 40% 수준이 된다. 그런데 핀란드 국민 70%가 세금을 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핀란드 헬싱키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이 오디 2층에 위치한 '어반 워크숍'에서 배지 버튼 프레스기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핀란드 헬싱키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이 오디 2층에 위치한 '어반 워크숍'에서 배지 버튼 프레스기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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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납세 정보도 매우 투명하게 공개한다. 핀란드 국세청은 기자들이 질의하면 반드시 답변해주는 응답 절차가 있다. 국세청은 아예 전문가 집단을 꾸려 질문에 답한다. 헬싱키에서 만난 국세청 관계자들은 '기자가 궁금한 것은 곧 국민들이 궁금한 것이기에 국세청은 당연히 답변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세금은 핀란드에 사는 공동체 모두를 위해 쓰인다. 핀란드 국민들은 자신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정부가 혼자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실업을 해도, 장애가 있어도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믿음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핀란드 복지 관련 지출은 전체 국가 예산의 약 40%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약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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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2층에 위치한 녹음실의 모습. 이곳에는 밴드 연습실, 어쿠스틱 악기실, 전자 음악 스튜디오 등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이현주 기자

오디 2층에 위치한 녹음실의 모습. 이곳에는 밴드 연습실, 어쿠스틱 악기실, 전자 음악 스튜디오 등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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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란드 실업률은 10%대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은 핀란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핀란드 노동 전문가들은 "우리는 누구든 혼자 두지 않는다(No one is left behind in Finland)"고 공통으로 말했다. 실업 자체는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일이지만, 복지 제도를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핀란드가 수십 년에 걸쳐 실행해온 복지는 단순히 제도의 고도화나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세금으로 맺어진 국가와 시민 간의 오랜 약속이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신청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하고 싶은 걸까.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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