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끝"…정부, 원전 수출 '원팀 체제'로 뜯어고친다
원전 수출 기획위원회 신설·정부 주도 협상체계 강화
UAE 분쟁 계기로 JV 방식 전환…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추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한전-한수원,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 및 중재지 변경 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협약 당사자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6.5.14 강진형 기자
정부가 글로벌 원전 수주 경쟁 본격화에 대응해 기존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분리형 수출 체계를 'K원전 원팀'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산 분쟁 등 기존 체계의 한계를 반영, 원전 수출을 단순 공기업 사업이 아닌 G2G(정부 간 거래) 국가 프로젝트로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14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정부 주도의 기획·조정 기능 강화다. 산업부는 기존처럼 한전·한수원에 국가별 수출을 나눠 맡기는 체계에서 벗어나 정부가 협상 프레임과 전략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즉시 추진 방안'으로 협의회 산하에 '원전 수출 기획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장은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이 맡고 정부·공기업·계약·회계·법률·국제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기획위는 국가별 협상 전략 수립, 경쟁국 분석, 경제성 검토, 역할 분담 조정 등을 맡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단순 기업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경제와 연결된 대형 프로젝트"라며 "정부가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경제성·리스크·협상 전략을 사전에 검토해 사업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괄기관 지정 전까지의 과도기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전·한수원 공동 수출 체계도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2016년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한전은 UAE·사우디·베트남 등 13개국, 한수원은 체코·폴란드·필리핀 등 25개국을 각각 담당해왔다. 앞으로는 국가 구분 없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개발과 주계약은 공동 수행하되 대외 협상은 한전이 맡고 건설·운영은 한수원, 지분 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한전이 담당하는 구조다.
산업부는 한전의 사업개발·투자·금융 역량과 한수원의 건설·운영 경험을 결합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한전과 현대건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상당하다"며 "한전이 협상 창구를 맡더라도 실제 협상단은 한수원·한전기술·한전KPS·시공사·기자재 업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14일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일부 사업은 기존 체계를 유지한다. 체코 후속 호기와 필리핀 대형 원전,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사업은 한수원이 기존처럼 사업 개발부터 건설·운영까지 총괄한다. 산업부는 SMR의 경우 한수원이 직접 개발과 상용화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술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규 원전 수출 사업은 합작법인(JV)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된다. 기존 바라카 원전처럼 한전이 총괄 사업자 역할을 하고 한수원이 일부 사업관리 용역을 맡는 구조에서는 비용 정산과 책임 소재 문제가 반복됐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독립 법인 형태의 JV나 컨소시엄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계약상 책임도 부담하는 구조로 바뀐다"며 "기존 UAE 사업처럼 비용 정산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김동철 한전 사장과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 단계별 협력과 정보·인사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또 UAE 바라카 원전 정산 분쟁의 중재기관을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변경하는 계약 수정에도 합의했다. 산업부가 지난 2월 양 사에 원만한 해결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현재 원전 수출 지원과 조정 기능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법안에는 시장 정보 제공, 금융 지원, 정부 출연,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및 인증 지원, 전략협의회·기획위원회 법제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원전 수출 총괄기관 지정도 검토한다. 한전 또는 한수원 중심 체계, 별도 통합 수출기관 설립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EDF(프랑스 원전기업) 같은 별도 수출공사 모델도 검토 대상"이라며 "현재 공동 운영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수주 성과 등을 평가한 뒤 최종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인허가 서류 제출 현황과 착공 준비 상황, 베트남 신규 원전 사업 협력 방안도 함께 점검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김 장관은 "미국·체코·베트남 등 원전 수출 현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K원전 원팀 수출체계를 정비하겠다"며 "인공지능(AI) 발전과 에너지 안보 환경 변화로 찾아온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국내 기관들의 역량 결집과 경제성·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