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약가 인하,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정부의 약가 인하 방침에는 분명히 일리가 있다. 13년 만의 제네릭(복제약) 약가 현실화 시도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논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 약가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높다는 지적도 어제오늘 제기된 건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약값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제약·바이오 업계 7개 단체와 노동조합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산업계의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약가 인하가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을 먼저 분석하고 실행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업계는 현행안대로 정책이 시행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환율·원자재·운임의 '4중고'까지 겹쳐 원가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이들은 호소한다.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대외 여건 악화가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약가를 무리하게 낮추면 업계 전반의 연구개발(R&D) 체력이 약해지고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고개를 든다.
정부의 논리 못지않게 업계의 이런 주장에도 타당한 구석이 있다. 정부가 약가 인하를 추진할 때마다 업계가 정면으로 대립해 시간을 끌고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이들의 주장을 무조건 배척하기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국가적 중요도가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눈여겨볼 건 업계 스스로 '10% 인하'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하며 대화의 여지를 어느 정도 넓혀 뒀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개편안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시행하는 일정이 산업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빠르다는 목소리는 귀 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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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라는 키워드의 이면에는 상품의 가격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는 복잡한 산업·정책적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복제약 중심의 수익 구조, 신약개발 역량의 저하를 유발하는 각종 규제 같은 이야기가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뜻이다. 약가 인하라는 장기적인 목표는 유지하되 이 주제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머리를 맞대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한다면 정책의 기반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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