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도 풀어야
쿠팡 견제용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한미 통상마찰 또 다른 빌미
영업규제 핀셋 아닌 원샷 개정 필요
대형마트 새벽배송 '빗장'이 14년 만에 풀린다. 최근 당정청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심야영업 금지 조항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이들 점포에서 온라인 배송은 제한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국회가 지난해 11월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연장하는 유통법 일몰법을 처리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개정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재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한미 통상마찰의 또 다른 빌미가 될 수 있다.
실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입법이다. 현재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행됐다.
이번에 추진되는 입법은 오프라인 매장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는 남기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만 허용하는 '핀셋 개정'이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대표발의한 유통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주문과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점점 더 이용하고 있어, 대형마트 등의 온라인 영업 규제가 중소유통 보호라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유통법 일몰 연장 과정에서 국회의 부실 심사를 자인한 꼴인데, 또다시 오프라인 영업규제에 대한 입법 효과를 면밀히 검증하지 않고 온라인 규제만 완화할 경우 노골적인 쿠팡 규제로 비칠 수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그동안 소비자 편의를 해치고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컸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공휴일 의무휴업은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골목상권에 도움이 안 됐다는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도 여럿 있다. 정부의 지난해 유통산업 제도개선 연구용역에서도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일에 대신 이용하는 유통점은 온라인 쇼핑몰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지난 13년간 소상공인단체를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번번이 일몰이 연장된 것이다.
일몰 연장 석 달 만에 재개정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한데, 심야영업 규제만 원포인트 개정할 경우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당초 유통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장 노동계는 "심야 배송 확대가 노동자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은 또 다른 입법을 통해 촘촘하게 보호해야 한다. 유통법 개정의 명분은 국내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영업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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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대형마트 공휴일 영업규제 폐지는 'K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900만명에 육박했고, 올해는 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 인기를 타고 서울역 등 주요 상권의 대형마트는 한국 라면과 과자를 구입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관광 코스인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면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고 있는 내수시장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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