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약바이오協-약학회 심포지엄서
가와구치 엔허투 R&D 리더 기조 강연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 신약 '엔허투(T-DXd)' 개발을 주도했던 다이이찌산쿄의 R&D(연구개발) 리더가 엔허투의 성공 이유에 대해 임상 과정에서 약물 최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상 과정을 '검증'에만 그치지 않고 또다른 '개발' 과정으로 활용했던 점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요시노리 가와구치 다이이찌산쿄 T-DXd 리더는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대한약학회 공동 주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가와구치 리더는 "과거 ADC는 항체에 실을 수 있는 약물 수(DAR)가 불안정해 효능·안전성 변동이 컸지만, 엔허투는 정교한 결합으로 균일한 구성을 만들었다"며 "이 안정성이 바로 압도적 효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노리 가와구치 다이이찌산쿄 T-DXd 리더가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대한약학회 공동 주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요시노리 가와구치 다이이찌산쿄 T-DXd 리더가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대한약학회 공동 주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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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이찌산쿄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2019년 말 ADC 항암제 '엔허투' 상용화에 성공했다. 엔허투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5조6000억원이 넘었다. 해마다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ADC 항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다. ADC는 정상 조직엔 영향을 적게 주고 암 살상력을 높여 '항암 유도미사일' '마법의 탄환'으로 불린다. 실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기존 치료제였던 '트라스트주맙 엠탄신(T-DM1)' 대비 두 배 수준(60% 이상)을 보였다. 객관적반응율은 암 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종양 크기가 사전에 정의된 비율 이상으로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왜 수많은 ADC 중 엔허투만 예외적으로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가와구치 리더는 핵심 경쟁력으로 '조합전략'을 꼽았다. 그는 "ADC의 효능과 안전성은 항체·페이로드(약물)의 단순 합산이 아니라 제형·약동학·임상 최적화까지 포함한 통합 설계에서 갈린다"고 설명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초기임상 단계에서 HER2(인간 상피 성장인자 세포 2형) 발현을 이분법(양성 혹은 음성)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정의하고, 저발현 환자군까지 적응증을 확장했다. HER2는 일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발현돼 암세포의 빠른 성장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엔허투를 비롯한 많은 ADC 치료제가 HER2를 타깃하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는 "약물 투여시 인접 종양까지 약물이 스며들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by-stander) 효과'가 임상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적 특성 덕분에 HER2 고발현뿐 아니라 '저발현' 환자군까지 치료 영역이 넓어졌고, 그 결과 엔허투는 미국·EU·일본·한국 등에서 다중 적응증이 승인됐다.

요시노리 가와구치 다이이찌산쿄 T-DXd 리더가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대한약학회 공동 주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요시노리 가와구치 다이이찌산쿄 T-DXd 리더가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대한약학회 공동 주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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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 리더는 "우리(다이이찌산쿄)는 임상 과정을 '검증'이 아니라 '개발'로 본다"며 "이것이 다른 ADC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다이이찌산쿄는 1상임상에서만 제형·용량·투여설계를 10회 이상 반복 수정하며 임상 개발 자체를 ADC 기술 고도화 과정으로 활용했다. 과거 합병 전 산쿄제약의 항체 역량과 다이이찌제약의 항암제 기술,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글로벌 병용 임상(총 40건 이상)을 결합한 '완성형 플랫폼 운영력'이 오늘의 격차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엔허투는 한국 기업과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 11월 국내 바이오기업인 알테오젠과 엔허투를 SC(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엔허투의 투약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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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후 기자가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묻자, 가와구치 리더는 "알테오젠 뿐만 아니라 한국 회사와 협력 여지는 매우 크다"며 "한국 바이오 산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역량이 인상적이다. 미국·유럽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실행력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ADC 기술력에 대해선 "플랫폼 기술 역량이 커지고 있다"며 "실제 임상 단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파트너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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