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 도입 20년, 높은 문턱에 소송은 단 17건 뿐
'증권 집단소송 제도' 가야할 길上
분식회계·주가조작·내부자 거래 등
대표적 개미투자자 피해 구제제도
요건 엄격하게 설정, 투자자 외면
절차 간소화·제도 개선 필요해
이재명 정부가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했지만, 대표적인 개미 투자자 피해 구제 제도인 '증권 집단 소송 제도'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도입 당시 소송이 빗발칠 것을 우려해 소송 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실효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제기된 증권 집단소송은 총 17건에 불과하다. 증권 집단소송 제도는 분식회계나 부실감사, 주가조작, 내부자 거래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수의 개미투자자들이 일일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나 소송의 효율성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판단 아래 2005년 도입됐다.
문제는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소송에 나서는 투자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법원에 증권 집단소송을 내기 위해선 본안 소송에 앞서 소송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소송 허가를 판단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대법원까지 최대 3심의 불복 절차가 모두 종료되고 나서야 본안에 대한 판단을 3심까지 진행하기 때문이다. 최대 6번의 재판을 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2012년에 문제가 된 GS건설 사건은 2020년에야 본안 1심이 진행됐다.
예컨대 국내 투자자 4972명에게 145억여원의 피해를 준 이른바 '씨모텍 주가조작' 사건은 집단소송 허가 결정을 받는데만 5년이 걸리는 등 총 9년에 걸쳐 진행됐다.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은 본안 소송이 시작되기 전 원고 50명 이상, 원고들이 보유한 증권 합계가 발생 증권 총수의 1만분의 1이상이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씨모텍 주주들은 2011년 10월 소송을 제기해 2016년 11월 대법원에서 소송허가 결정을 받았다. 결국 9년이 지나서야 피해금액의 10%만 배상받을 수 있게 됐지만 배상금액이 크지 않고 소송기간이 길어 일부 승소 판결을 받고도 '상처 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턱도 높다. 투자 피해 입증이 곤란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소송에 필요한 대부분의 증거는 기업이 보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증거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이 문서제출명령을 내려도 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 또 피해자 일부가 전체 피해자를 위해 소송 비용을 미리 부담하는 것도 진입장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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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의 주가조작, 회계부정, 허위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늘면서 증권 집단소송 확대와 제도 손질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숱한 횡령괴 배임 사건이 터지는 데, 내부 회계관리 제도나 비위를 단속하고 사후 제재할 마땅한 감시 제도가 없다"면서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송 문턱을 더 낮출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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