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독일 총리, 5일 미국 방문 앞두고
각국 정상에게 조언 구한 것으로 알려져
美 언론인, 트럼프와의 골프 제안하기도
5일(현지시간) 미국 방문을 앞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쌓기 위해 다른 나라 정상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1일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메르츠 총리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 있는 우크라이나·남아프리카공화국·이탈리아·노르웨이·핀란드 정상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상황을 연출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언 방안을 논의하다가 서로 큰소리를 내고 손짓을 하며 정면충돌했고, 이후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식까지 취소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마포사 대통령을 반기는 듯 행동하다가 갑자기 "불을 꺼달라"고 하더니, 준비한 자료를 재생하고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을 문제 제기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사진이 남아공이 아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찍힌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독일 정부는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무역정책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의제 이외에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우익 극단주의 단체 지정 등 '유럽식 민주주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독일 총선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fD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유럽에서는 "정치 개입"이라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유럽 각국이 극단주의 콘텐츠 제한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회담에 대해 독일에서 활동하는 미국 언론인 에릭 키르슈바움은 "불법 이민 차단 등 트럼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와 관련해 새 정부가 올라프 숄츠 전임 정부와 다른 길을 간다는 점을 설명할 천금 같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의 골프 외교 사례를 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라운딩'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투브 대통령과 라운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경청한다"고 말했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직접 카트를 몰며 골프 외교에 공들였으나 라운딩 도중 뒤로 넘어져 벙커에 빠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상호 방문을 약속한 뒤 그의 조부모가 살던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바트뒤르크하임으로 그를 초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라인란트팔츠주는 미군기지가 집중된 지역으로 메르츠 총리도 1970년대 이곳에서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 대통령과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성적 대화를 나누는 데 발드리안(신경안정 약제)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많다. 바로 그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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