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3차 토론에서 기사를 쓰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기자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젓가락 발언'에 깜짝 놀라서였다. 이 후보는 토론 이후 여성단체,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여성혐오' '사퇴촉구' 등으로 수세에 내몰리자 28일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상대 후보자 검증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 이씨의 게시글 중 하나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며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가족과 관련한 처벌 의혹을 담은 내용의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며 젓가락 발언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여성혐오'라는 담론까지 갈 것도 없다. 이 후보의 발언이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해당 발언을 다시 접한 피해자는 어떡하냐'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시 쓰인 모욕적인 글이 확산돼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됐다.
2000년대 인터넷과 매체의 발달로 성적·모욕적 영상, 사진, 글이 확대 재생산돼 개인 인격권이 무시되자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확산했다. 2014년 유럽 최고법원이 처음 '잊힐 권리'를 인정한 이후 세계 각국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포털, 매체 등에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워도, 지워도 시간이 지나면 온라인에 다시 퍼져 피해자 마음을 할퀸다.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성폭력성 글이 다시 상기돼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했어야 했다.
정치권과 다른 대선 후보들 역시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27일 기자들을 만나 "3년 전에도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됐다"며 "명백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가족과 관련된 법원 선고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 없이 '이준석 사퇴'만 외치고 있다. 적절한 해명이 없으니, 논란의 불씨도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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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변호사인 권영국 후보와 민주노동당도 여성혐오 프레임만 강조하느라 잊힐 권리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꿈꿨던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준엄한 비판을 주저한다. 주요 대선 후보 모두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적 논란이 거듭될수록 피해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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