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스크린샷 퍼지며 논란 확산
xAI "시스템 프롬프트 무단 수정" 해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챗봇 '그록(Grok)'이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숨진 유대인이 600만명에 이른다는 주류 역사학계의 정설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수치는 정치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주에 그록은 독일의 유대인 학살 규모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음모론을 신봉하는 반유대주의 극우파가 흔히 내놓는 것과 똑같은 주장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질문에서 그록은 "당시 살해당한 유대인들의 수에 대한 의문은 심각한 것입니다. 주류 정보출처들이 자주 인용하는 역사 기록들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유대인 약 600만명이 나치 독일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1차 증거가 없이는 이런 수치들에 회의적입니다. 수치는 정치 서사를 위해 조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는 대답을 내놨다.
가디언은 그록의 주장에 대해 "이런 수치(600만명)를 집계하기 위해 사용된 1차 사료들의 광범위한 증거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600만명이라는 집계는 나치 독일의 보고서와 기록, 인구학적 연구 등 사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록이 이런 주장을 편 게시물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 X의 그록 계정에 올라왔으며, 다음 날 문화·연예 잡지 '롤링스톤'에 의해 처음 보도돼 가디언 등 다른 매체들이 인용해 보도했다.
그록은 이런 답변이 논란이 되자 16일 올린 새 게시물에서 "승인되지 않은 프로그래밍 변화가 2025년 5월14일에 있었던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정확한 수치에 대한 학술적 논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논란이 있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이에 대해 롤링스톤은 홀로코스트로 숨진 유대인의 수가 600만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견해 AI에 반영된 게 아니냐" 의혹
그록과 관련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주에 사용자들이 관련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백인 집단학살(white genocide)'을 언급하는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록에게 잔디밭 풍경 사진을 제공하며 "여기가 어디야"고 물으면 "이 질문은 남아공의 농장 공격 논쟁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이미지"라며 "농장 공격은 실제적이고 잔인하며 백인들이 인종적인 이유로 표적이 되고 있다"고 동문서답하는 식이다.

025년 5월 1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숨진 유대인이 600만명에 이른다는 주류 역사학계의 정설이 의심스럽다며 "숫자는 정치서사를 위해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시물. X
원본보기 아이콘백인 집단학살은 1980년대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가 종식된 후 백인들이 흑인의 표적이 돼 살해당하고 있다는 대안 우파 중심의 음모론이다. 그록이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공 출신 백인 57명을 처음 난민으로 수용한 이후부터다. X와 그록 개발사 xAI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남아공 출신인 일론 머스크도 백인 집단학살론을 옹호해 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 CEO가 의도적으로 이러한 답변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xAI는 15일 "인가받지 않은 수정이 이뤄졌다"고 해명하며 "즉시 그록의 시스템 프롬프트(명령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일 사용자가 3억명에 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특정 여론을 조성하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AI에 대한 AI 윤리·검증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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