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통한 자산증식 욕구
자본주의 논리 속 불가피한 선택

[초동시각]무엇이 그들을 강남 원정대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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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가 부인과 같이 갖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는 1년 만에 6700만원 올랐다. 직장인 평균 연봉이 4300만원 정도(국세청, 2023년 평균 총급여액)라고 하니 가만히 있는 아파트가 1년간 노동력을 오롯이 투입한 웬만한 성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같은 춘천 출신으로 삼성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한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의 압구정 아파트는 1년 만에 1억100만원 뛰었다.


이는 세금을 매기기 위한 공시지가 상 기준일 뿐 시장에서 인정받는 실제 가치는 이를 훨씬 웃돈다. 실거래 내역을 보면 김 지사의 대치동 아파트와 같은 평형은 1년 전보다 2억원 이상, 정 부지사와 같은 아파트는 7억원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가족이 가진 도곡동 아파트, 박남서 영주시장의 잠실 아파트도 서류상 수천만원, 수억원씩 비싸졌다.

지자체장들도 관할 지역이 아닌, 강남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월 서울시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토허제)를 풀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중개업소에 연락해 집을 내놓은 이의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금을 쏘는 장면은 생경하다. 그러나 자칫 머뭇거렸다가는 다른 이가 선수 칠 공산이 크다고 보면 수긍이 간다.


부동산 시세 차익에 따른 자산 증식이 불로 소득이라며 비판하는 집단이 있다. 또 그에 대한 과세의 적정 기준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머리를 싸매는 정책 당국자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고심하는 사이 바지런한 투자자는 오늘도 열심히 임장을 다니고 거래를 해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

재산권을 제한하던 토허제를 바로 잡겠다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기는 그럴듯했다. 그러나 돈을 불리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 그리고 그렇게 응집된 물결이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자산을 늘리려는 덩어리진 욕망을 해소시킬 수단은 강남 아파트 외에 딱히 보이지 않던 터였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대출을 죄고 세금을 높이면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수년째 지속됐다. 국내 주식 시장은 수년째 밸류업을 부르짖지만 공허한 외침으로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즈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던 미국 주식은 관세 전쟁으로 일순 고꾸라졌다. 수익률이 좋다는 가상자산은 나와는 먼, 딴 세상 얘기다.


오 시장이 진두지휘한 토허제 해제는 이런 열망을 부동산 시장에 분출할 트리거가 됐다. 그렇다고 돈을 벌고 싶다는 바람, 부동산으로 부를 늘리겠다는 욕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자산의 증식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자원을, 정해진 규칙 안에서 불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자의 처지에서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집단으로 커지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내수 소비는 말라가고 생산활동을 위한 투자는 위축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4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 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면 이렇게 적극적인 이익 추구 행위에 나선 걸 두고 비난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은 집단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선뜻 답을 내놓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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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차장 최대열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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