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50여일 전 이 법원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한 재판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변호인의 말이 귀를 붙잡았다.
"이 사건은 청년들이 국가 기관의 불법 행위에 저항한 것입니다." "국민 저항권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있고, 누구나 행사 가능합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인 지난 1월18일과 19일 서부지법에서 벌인 일들을 '저항권 행사'라고 말하고 있었다. 과연 그런가.
저항권은 법에 나와 있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그 개념을 소개하자면 '국가 기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자유나 권리 침해를 당한 국민이 이를 구제받을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행사하는 권리'쯤일 것이다. 예컨대 목숨을 내놓고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의 선배들, 프랑스 대혁명의 시민들이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같은 국민 상식에 따르면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냥 '폭동'이고, '폭도'들이 벌인 사법부 습격에 지나지 않는다.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많은가. 상급심 상소 절차가 법에 보장돼 있고, 법원 밖에서 합법적으로 집회를 가질 수도 있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자기 의견을 표출할 자유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상식과 합법 절차들을 모두 뭉개다시피 해놓고, '저항권 행사'라고 한다.
윤 대통령 탄핵안 통과로 이어진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저항권 행사라고 할 수 있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국민 대다수가 목격했다시피 작년 12월3일 비상계엄의 밤, 군인들을 막아선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총을 든 군인들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맞섰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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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습격 사건 첫 재판에서 피고인 23명 가운데 일부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지만, 절반가량이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들의 행위가 저항권 행사가 아니라는 점은 이들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항권을 주장하는 것은 얄팍한 '법 기술'에 기대, 처벌을 낮춰보겠다는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법 기술이 상식을 이길 수는 없고, 진실을 덮을 수는 더더욱 없다. 법을 가장한 폭력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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