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10년만 최대, 강남에선 5년만 집값 두배
에코세대, 상속·증여 의존도 높아

[초동시각]아파트 쇼핑이 부른 양극화와 자산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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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기를 겪은 한국의 중산층에게 부동산 투자는 현명한 행위였다. 그게 투자인지, 투기였는지 저마다 판단은 다르겠으나, 적어도 자산을 불리는 데 효율적이라고 봤다. 1975년 제3한강교 현대아파트(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가는 30평형이 865만원이었다. 지난달 초 신고된 거래가격이 43억원이니 50년간 500배가량 올랐다. 1975년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이 373만원, 그해 말께 출시된 첫 국산차 포니가 229만원 정도였다. 왕성하게 땅을 보러 다니던 복부인이 신실한 월급쟁이 남편보다 수완이 좋다는 평을 듣는 일도 빈번해졌다.


일제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부동산 투자(혹은 투기)는 1970년대 들어 중산층으로 번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은 일부 지주계층 혹은 은밀한 개발 정보에 접근 가능했던 소수 권력자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중동 건설시장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가 유입된 데다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정책이 하나둘 효과를 내면서 중산층에서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몇 년 전 드라마의 한 장면은 이러한 시대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보증을 잘못 서 반지하에 사는 주인공 가족은 가까운 이웃에게 목돈이 생기자 강남 은마아파트를 한 채 사라고 권한다. 본인이 은행원인데 예금이자가 15%에 불과하다면서 말이다. 로 리스크에 하이 리턴, 여기에다 세입자의 보증금까지 더해 두둑한 밑천 없이도 내 집 마련을 노려볼 법했던 시절을 잘 나타낸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 보급이 본격화한 점도 한몫했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나 공급이 늘어난 것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어서가 아니다. 아파트는 집을 표준화된 제품으로 인식시킴으로써 보다 활발히 손바뀜이 일어날 수 있게 했다. 어느 지역의 어떤 아파트, 무슨 타입인지를 알면 금방 시세가 나온다. 빈번히 거래가 생기면서 가격은 올라간다. 이러한 거래 편의성은 자산 증식에 관한 가치관을 결정짓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나는 본다. 아파트는 거주공간이자 실물자산, 나아가 꾸준한 매매로 가격상승이 가능한 금융자산 역할을 동시다발적으로 맡게 됐다. 토지 가치가 올라 얻게 된 차익을 불로소득으로 여겨 나쁘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희미해졌다.

공동체 구성원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이 부동산 투자에 직간접적으로 얽히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공간적 위계화는 한층 촘촘해졌다.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고 서울에서는 강남, 강북을 나눈다. 아파트 단지를 구분해 단지 안에서도 동의 배치나 층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긴다. 행정구역 혹은 지리적 차이는 곧 자산 가치의 차이로 치환된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도드라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양극화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10여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는 평(3.3㎡)당 1억원을 찍은 지 5년 만에 2억원대로 갑절로 올랐다.


집값 양극화를 단순히 트렌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과거 베이비부머가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부동산 자산을 구매·축적했다면 자녀 격인 에코세대는 상속이나 증여, 대출 의존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국토연구원 ‘사회통합을 위한 부동산자산의 불평등 완화방안’)도 있다. 자산이 대물림되면서 계층 간 자산 격차가 더 커지고 위계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부동산이 다른 자산보다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딱딱하게 굳어진 사회는 그 자체로 불행하다. 누가 풀 수 있을까. 답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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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최대열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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