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이 국내 증시의 '밸류업'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자평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해 "팩트가 틀린 자화자찬"이라며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포럼은 14일 이남우 회장의 이름으로 낸 논평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정 이사장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자사주 매입·소각도 역사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배당성향도 상당 부분 상향조정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포럼은 이를 두고 "해외에서 한국 증시는 빠른 속도로 존재감 없는,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평가 해소와 밸류업의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자본비용, 자본배치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정 이사장의 취임일인 지난해 2월15일 이후 1년간 코스피가 약 3% 하락했다는 점도 걸고넘어졌다. 포럼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계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국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로 밸류업 계획을 세우던 지난 4월 각각 11배, 1.1배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지난 1년간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한국 증시가 투자자 신뢰를 잃은 이유를 '중복상장'에서 찾았다.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을 나눈 값)은 18%로 미국(0.4%), 중국(2.0%), 일본(4.4%), 대만(3.2%)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다.
포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며 "이 같은 발언은 거래소의 주요 임무가 투자자 보호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장이 일본의 야마지 히로미 일본 증권거래소그룹(JPX) 대표와 비교해 자본시장 이해도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도 주장했다.
정 이사장이 공언한 MSCI 선진지수 편입 방안도 평가절하했다. 포럼은 "한국이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이는 축복이 아니고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외국투자자는 보유 필요가 없는 중·소형주를 거의 모두 매도할 것이고, 국내 대형주는 (선진시장 기준으론) 시총이 크지 않으므로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 등 극히 몇몇 대형주만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MSCI EM(신흥시장)에서도 10% 미만으로 비중이 떨어졌는데 헛된 선진지수 편입을 논할 것이 아니라 EM 지수에서 대만부터 따라잡기 위한 현실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포럼의 비판과 관련해 거래소는 "밸류업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등은 같은 날 발표한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기준에 상세히 반영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복상장과 관련해서는 "2022년 이후부터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표까지 지속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부분은 '물적분할' 의사결정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 보장에 대한 언급으로 중복상장 시 투자자 보호는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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