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당 정비사 12.7명 아닌 7.5명"
국토부 "체크리스트에 체크만 했을 수도"
유가족 대표 "난 떳떳해…정치적 악용말라"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현안질의에서 제주항공의 정비사 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법령상 요구하는 정비인력이나 정비시간 같은 게 혹여 요식행위로 처리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국토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에게 "제주항공 정비사가 522명으로 대당 12.7명 정도로 말한 것을 들었다"며 "지금 말하는 정비사라는 건 단순 사무직이나 자격증을 갖고 계신 분이 포함된 것이다.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사무직에 계신 분은 정비인력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와 함께 점검해보니 제주항공 정비인력은 307명이다"며 "대당 12.7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정비사는 7.5명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대표는 "죄송하다. 국토부의 작년 고시에 따라 시행되는 부분은 운항 정비 인력을 얘기한다"며 "의원님 말씀하신 부분도 운항 정비 인력을 얘기한다. 항공사마다 운항 정비 외에 다른 인력이 따로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김 대표 말을 끊고 "지금 대표님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해서 유가족이 가슴을 두 번 치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제 저희가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정비사분들이 13시간을 식사도 씻지도 못하고 일을 했고, 사고 전에 이 항공기는 13차례, 35시간을 운행했다"며 "제가 조사해보니 하루 평균대당 가동 시간을 보면 제주항공이 14시간으로 저가항공사(LCC)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항공기 운영이 참사를 부른 것으로 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정비사 인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안전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 역시 LCC의 무리한 운항과 규정 위반에 대해 "당국자가 확인할 때 꼼꼼히 따져서 실제 능력 있는 정비사가 투입되고 정비해야 할 시간에 정비가 이뤄졌는지 심층 분석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 체크리스트에만 체크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소홀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소홀하게 다뤄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선 참사 유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과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도 있었다.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는 '돈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사이버상의 모욕적 공격에 대한 유가족의 심정이 어떠냐'는 복기왕 의원의 질문에 "전 떳떳하다. 일부 양심 없고 못된 분들 때문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가족도 엄청 많은 고통을 겪고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악성 댓글과 유튜버에 대해서 일회성이 아니라 끝까지 (처벌) 해달라. 악성 댓글과 유튜브로 선동하는 분들, 특히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인 박한신 대표는 참사 원인 규명 과정에서 유가족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하고, 유가족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끝까지 유지해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