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게 하겠다." 지난달 11일 국민의힘은 호언장담했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는 변변한 논의도,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20여일 만에 무산됐다. 대화를 잠시 멈추는 것이냐, 이대로 해체되느냐를 따지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 포고령 속 '미복귀 전공의 처단'이란 표현은 가뜩이나 극단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에 또다시 기름을 끼얹었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정부가 "의료개혁 과제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자 의료계는 "의대 증원 원천 무효"를 외치며 당장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원점으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시모집에서 미충원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말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대폭 감축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이런 문제를 의논하고자 야당과 의료계가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거부해 무산됐다. 결국 1년 가까이 계속된 의료 사태는 해를 넘겨도 해소되기는커녕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의료 현장에선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교수를 도와 수술을 하고 환자를 볼 전공의가 없으니 서울의 빅5 병원들은 이제 막 전문의가 된 펠로급 의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지방의 젊은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수도권 외곽에서 근무하던 전문의들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줄줄이 자리를 옮기는 이유다. 지방 병원에선 이들을 붙잡기 위해 "당직을 줄이겠다" "연봉을 올려주겠다"며 회유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올해 초 집단 사직한,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치지 못한 일반의 상당수도 나름의 선택에 따라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취업 시장에 사직 전공의가 쏟아져 나올 땐 '월급 300만원 의사'라는 비아냥도 받았지만 대학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환자들이 대거 2차병원으로 몰리면서 이들이 취업한 개원가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 비록 수련은 포기했지만 지난 10개월간 부지런히 임상 경험을 쌓으니 연봉도 오르고 의사로서의 보람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전공의 사태가 쉬이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대학병원 수술실은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간호법이 통과됐다고는 하나 진료보조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진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과 수술장엔 전공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미 그 자리를 PA 간호사들이 채웠다"며 "최근엔 저연차 간호사들이 피부 봉합술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추진동력을 상실한 정부의 의료개혁이 계속될 수 있을지, 쌓이고 쌓인 의료계의 불만이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분명한 건 병원은 계속 돌아가야 하고, 의대 교육도 재개돼야 한다는 점이다. 진정 외국인 의사를 '수입'할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와 정치권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다시 복귀할 명분이 있는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 의대 신입생을 늘린 만큼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대학 스스로도 정원을 조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의료계 또한 한발 물러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요구를 내세워야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의료 시스템이 1년 가까이 멈춰선 채 '비상진료 체계'로 운영되는 동안 우리는 반복되는 소모전만 벌이며 자꾸 사태 해결에서 멀어지고 있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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