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없다'고 판단
대신 업무 자료 검찰에 이첩
징계 수위는 '중과실'로 낮춰
실제 조치는 원안과 유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6일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 위반 혐의에 대해 고의성 없는 '중과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업무 자료를 검찰에 이첩하기로 별도 의결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분식 혐의에 대해 원안보다 한 단계 낮은 '중과실'로 판단하며 중징계를 결정했다. 원안과 달리 매출 부풀리기에 대해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무 자료를 검찰에 넘기기로 별도 의결하면서 내용 측면에서는 원안 수준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6일 정례회의를 열고 영업수익과 영업 비용을 과대 계상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가맹수수료 전체를 영업수익으로 인식한 것은 중대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최종 제재는 지난 4월 감리위원회에 처음 상정된 후 약 6개월 만에 결론이 났다. 증선위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구조'의 회계처리와 관련된 첫 주요 사건으로서,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판단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증선위 "매출 총액법은 회계 처리 위반"
첫 번째 쟁점은 매출 인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택시회사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와 별개로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로부터 운행데이터 등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대가로 운임의 약 17%를 돌려주는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수수료(약 20%)를 영업수익으로 인식했고, 택시에 다시 돌려주는 업무제휴수수료(약 17%)는 영업 비용으로 인식하는 매출 총액법으로 회계 처리를 해왔다. 이에 금감원은 가맹수수료에서 업무제휴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약 3%)만 영업수익으로 인식하는 매출 순액법이 옳다는 입장이었다.
증선위는 정례회의에서 "케이엠솔루션이 회사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며 "회사가 업무제휴 계약을 통해 제공받는 운행데이터 등에 대한 신뢰할만한 공정가치를 산출하지 못했음에도 외형상 계약구조에 근거해 가맹수수료 전체를 영업수익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대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회계 부정 고의성은 없다"…그러나 검찰에 업무 자료 이첩
이번 사안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고의성'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달리 판단했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매출 총액법) 배경에 기업공개(IPO)를 염두한 것이라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우선 증선위는 지정감사인을 포함한 대형 회계법인 3곳이 회사의 회계 처리를 인정했고, 이 과정에서 공모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출액 이외에도 영업이익, 순이익 등 다양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증선위는 "설령 매출액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경우에도 매출액의 절대 금액뿐 아니라 배수(multiple)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핵심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회사의 위반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회계 처리 기간(2020~2022년)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신사업 초기라는 점도 고려 사항이 됐다. 회계처리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법인과 상의해 회계정책을 수립한 점이 징계 수위를 '중과실'로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과세당국이 운행데이터 수집 및 마케팅 참여 대가로 지급한 업무제휴수수료를 과세소득에 가산(익금산입)하라고 지적한 점도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운행 데이터 가치의 실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간 마주한 카카오 회계 분식 혐의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은 것은 다행이나, 실질적인 징계 내용은 금감원 원안과 유사하다. 증선위는 고의성 없는 회계 처리 위반으로 중징계(중과실)라고 결론 내린 뒤 별도로 증선위 심의자료를 '업무정보 송부' 형태로 검찰에 이첩한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감리과정에서 발견된 사안중에 증선위·금감원의 법적 권한 한계로 최종 결정에 반영되지는 못했으나, 향후 수사 등 사법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고의성이 확인될 여지도 있다"며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사측 회계 처리기준 위반의 고의성이 밝혀지는 경우 증선위 직권으로 재심의해 추가 조치하는 것도 고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와 별개로 검찰이 나선 점은 큰 부담이다. 전일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등 관련사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분식 혐의와 관련해 강제 수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압수수색을 지휘한 금조2부장인 장대규 검사의 경력에 주목하고 있다. 장 검사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금융위 법률자문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감리위원회 당연직 감리위원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고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수사기관도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회계 처리 위반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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