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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공공을 물렁하게 봤다… 극도의 인내심, 민간자본 먹튀 막을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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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을 물렁하게 봤다.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아왔다. 민간자본이 들어와서 헤집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내버스 운영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강도 높은 조정을 암시하는 이같은 메시지를 연거푸 쏟아내며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을 골자로 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안' 추진을 약속했다. 골자는 건전한 민간자본 진입 유도와 재무건전성 제고다. 일방적이던 재정지원 구조도 바꾼다. 그동안 땜질식으로 이뤄진 노선개편도 이번에는 장거리와 중복노선을 폐지하는 등 크게 손보기로 했다.

22일 오 시장이 운송업계에 들어온 민간자본을 타깃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배경에는 사모펀드들이 버스업계를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준공영제 운수회사를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울시내버스 회사 여러 곳을 인수한 상황으로 이로 인해 공공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오 시장은 "사모펀드라고 하는 민간자본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업계에 이익을 취하겠다고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통탄할 만한 일들을 겪고 있다"며 "한 마디로 공공을 물렁하게 봤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극도의 인내심으로 그동안에 참아왔지만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의 발표 직후 서울버스조합도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조합은 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발표한 준공영제 개선방안의 큰 틀에 대해 동의한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과 사안별 구체적 내용과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회원사들의 의견과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시내버스 운영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출처=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시내버스 운영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출처=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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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돈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헤집고 다니는 일 없도록"

이를 위해 서울시는 엄격한 진입기준에 따른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제한한다. 아울러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 된 곳에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진입 전 관리대책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의회와 협력해 올해 안에 준공영제운영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한마디로 말해 돈 벌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간자본이 들어와서 헤집고 다니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저의 굳은 결심"이라고 부연했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회사채 발행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늘어난 경우에는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자본이 준공영제 허점을 악용해 알짜 자산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이른바 ‘먹튀’도 원천 차단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엔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민간자본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시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해 ‘먹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재정지원 구조 개선을 통한 재정 운영 방식도 바뀐다. 운송수지 적자분을 정산 후에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를 다음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기존 전액 보전 ‘사후정산제’는 운수회사 입장에서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유인 요소가 없었지만 ‘사전확정제’로 제도가 변경되면 운수회사는 자발적인 수입 증대와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에 나서야 한다. 또한 사전확정제로 전환하면 정산업무 간소화로 정산인력을 줄일 수 있어 행정비용 감소와 함께 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건비와 연료비의 보전 방식도 개편 대상이다.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주는 정산방식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단가 정산제(이하 표준정산제)로 개편한다. 지금은 표준운송원가의 85%에 달하는 운전직 인건비, 연료비 2개 항목에 대해선 실비정산하고 타이어비, 정비비, 정비직·관리직 인건비 등 그 외 항목은 보유대수 또는 운행 거리에 따라 상한이 있는 표준정산제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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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굴곡도 증가로 통행속도 느려져… 노선 개편 통해 '대세권 실현

노선 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준공영제 도입 시점에 진행한 간·지선 노선 개편, 중앙버스전용차로 개설 등으로 서비스 질이 크게 개선됐지만 20년이 경과 한 현재는 노선굴곡도 증가로 인한 통행속도 감소, 타 교통수단과 중복 등 서비스 수준이 저하된 부분이 있어서다.


실제 서울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공급자 중심의 노선 운영으로 시민들의 통근·통학시간이 늘면서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같은 서울에서도 출근 시간에만 44분,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출근은 평균 72분이 걸린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쉽게 말해 가성비 좋은 시내버스 대중체계 개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버스노선 전면 개편을 통해서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세권’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부터 건설까지 장기간 소요되고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투입되는 철도를 대신해 가성비가 높은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굴곡도 높은 시내버스 노선은 평면식으로 바뀌고 장거리 및 중복 노선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람쥐버스, 올빼미버스 등 맞춤버스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개념 버스수단도 투입한다. '2층 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 심야시간 대 청소·경비 등 새벽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은 고령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지역에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버스조합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노선 전면 개편 및 사전확정제도 실시를 위한 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준공영제 20년을 맞이해 추진하는 재정, 공공성, 서비스 등 3가지 혁신 달성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든든한 교통복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서울시내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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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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