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전격 단행하며 통화정책 완화 사이클을 개시했다. 올 연말 금리 전망치로는 4.4%를 제시하며 연내 추가 0.5%포인트 인하도 예고했다. 미 경제가 견조하다고 진단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번 빅컷 결정이 자칫 침체 임박 신호로 읽히지 않도록 선을 긋는 한편, 추가 금리 인하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월가에서는 "매파적 빅컷", "일회성 선제적 조치" 등의 평가가 쏟아진다.
Fed, 금리 0.5%P 인하…12명 중 11명 '빅컷' 찬성
Fed는 18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2022년 3월 금리를 인상하며 시작된 통화긴축 정책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Fed의 금리 인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연 3.50%)과 금리 차는 최대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Fed는 통화정책결정문에서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했다. 또한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이중 책무의 양쪽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진전되는 전망, 리스크들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FOMC에서 미셸 보먼 이사(0.25%포인트 인하 의견)를 제외한 11명이 모두 빅컷에 표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완만한 경제 성장률을 지속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고용시장 강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우리의 커진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인하폭인 0.25%포인트 대신 전격적인 빅컷을 단행한 이유로는 7월 FOMC 이후 공개된 경제지표들을 거론했다. 그는 "지표를 모두 취합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면서 "이번 (빅컷) 결정이 우리가 봉사하는 국민과 미 경제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고금리를 유지했던 배경인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꺾인데다, 실업률 상승 등 노동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는 것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Fed는 이날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기존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FOMC에서 총 0.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추가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됐다.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는 4.1%에서 3.4%로, 2026년 연말 전망치는 3.1%에서 2.9%로 각각 내렸다. 아울러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SEP) 업데이트를 통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6월의 2.6%에서 2.3%로 하향하는 한편,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제시했다.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4.4%로 상향했다.
침체 우려는 일축…점도표서 연내 0.5%P 인하 시사
이날 파월 의장의 회견 상당 부분은 이번 빅컷 결정이 시장 참여자들의 경기침체 우려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하는 데 할애됐다. 그는 "미 경제는 좋은 상태다.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도 낮아지고 있다”며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면서 "현시점에선 침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침체 우려를 일축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진단한 그는 최근 실업률이 4.2%까지 높아진 것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빅컷 결정이 "시의적절하다"면서 "통화정책이 (경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Fed가 7월 FOMC에서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실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고용지표를 더 일찍 받았다면 7월에 금리를 인하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향후 제로금리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그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중립 금리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대선을 불과 50일가량 앞두고 이뤄진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동기는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차기 회의인 오는 11월 FOMC에서 통화정책을 어느 정도로 추가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정해진 경로에 있지 않다. 회의마다 결정할 것"이라며 "정책 재조정은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더 빠르게 또는 더 천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0.5%포인트 인하를 새로운 금리 인하 속도로 봐서는 안 된다"라고도 강조했다.
"매파적 빅컷, 선제적 조치" 평가…실업률 전망치도 주목
월가에서는 Fed가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인 0.25%포인트 인하'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0.5%포인트 인하'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0.5%포인트라는 인하폭 자체는 비둘기파적이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점도표 등을 살펴보면 비둘기파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비둘기파적인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매파적 0.5%포인트 인하를 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도이체 방크는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했다"면서 "빅컷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역시 "업데이트된 점도표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 경로를 시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Fed가 노동시장 안정을 위해 이번 빅컷이 충분한 선제적 조치라고 보고 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회견 도중 그 누구도 빅컷을 새로운 인하 속도라고 말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점 역시 매파적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이날 Fed가 SEP 업데이트를 통해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4.4%까지 높였다는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시장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시티는 "노동시장이 추가 악화될 것"이라며 최소 한 번 이상의 추가 빅컷이 뒤따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Fed가 전격적인 빅컷을 단행한 것에 대한 의문도 잇따른다. 노무라 캐피털은 "시장에서는 0.5%포인트 인하를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Fed가 보고, 시장은 보지 못한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공격적인 인하를 단행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빅컷 결정 발표 직후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급격히 부각된 침체 우려, 향후 인하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 차익실현 매물 등의 여파로 이후 상승폭을 반납, 결국 하락 마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전남에서 연봉 6억2천에 모십니다"…몸값 치솟은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