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통 대기업 ACT, 세븐&아이홀딩스 인수 제안
日정부 보호조치 요청 보도…쇄국시대 회귀 논란 이어져
세븐일레븐 '국보'로 사랑받아, 日농촌사회 지역 허브
단순한 주주이익 그 이상 역할…고객·근로자 고려한 결정을
약 2주 전 캐나다 유통기업인 알리멘타시옹쿠시타르(ACT)가 일본 편의점 운영기업인 세븐&아이홀딩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첫 보도가 나온 이후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홀딩스가 일본의 외환·대외무역법에 따라 자국 정부에 보호조치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옛날 옛적 '일본 주식회사(Japan Inc.)'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캐나다 기업의 인수 시도를 막는 것이 쇄국 시대로의 회귀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한편, 인수 시도를 수용하는 것이 일본의 최근 변화를 강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벌써 결론을 내리지는 말자. 우선 ACT는 주당 인수가격, 어떻게 세븐일레븐을 운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도 아직 밝히지도 않았다.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이 원자력발전소처럼 (법에 따라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 인프라의 주요 부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기회주의적으로 들릴 순 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단순한 주주들의 가치 그 이상의 주요 역할을 갖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의 지역사회, 특히 과거 소규모 상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농촌사회에서 중요한 지역 허브로 평가된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외딴곳에 사는 노인들에게도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콤비니(コンビニ)'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새해 첫날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 후 영업을 중단했다가 몇주 만에 재개장하자, 지역사회에서는 축하 행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인수 시도를 둘러싸고 그간 많은 관심은 ACT가 얻을 수 있는 수익 측면에 집중돼 왔다. 새 소유주가 편의점 체인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끌어낼 수 있을까. 이 부분은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모든 매장에 평균 3000개의 품목을 갖추고, 그중 70%가 1년 안에 바뀌어야 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는 바로 세븐일레븐이 일본에서 '국보'인 동시에,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매우 사랑받는 이유다. ACT는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편의점 사업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일까?
일본에서 과거 봉건(에도)시대 상인들로부터 내려오는 '산포요시(三方よし·고객도 판매자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모두 좋은 거래)' 개념은 여전히 사고의 틀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일본의 근대 자본주의 사상을 상당 부분 구축한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민간기업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기여 자체가 모두를 더 잘 살게 하는 유산을 만든다고 믿었다.
그간 해외에서는 주주에게 초점을 맞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과 같은 주제가 부각되면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쟁이 덜 중요한 일본의 경우 경영자들이 미국의 무자비한 기업과 달리, 주주뿐 아니라 공급업체, 고객, 근로자들도 고려할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합리적으로 신중을 기한다고 해서 비효율적인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 의사 결정에서 투자자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던 일본으로선 이제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주주 우월주의로 가는 길로 미끄러져서는 안 된다.
그 경사가 어디로 이어질지 알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됐던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화학제품 제조기업인 DIC가 인기 미술관의 문을 닫으려고 하는 계획이다. DIC는 사외이사진의 권고에 따라 도쿄에서 약 1시간 떨어진, 모네,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소장한 가와무라기념미술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박물관을 단순히 소유 자산으로 간주한다면, 특히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폐쇄 배경을 밝혔다.
자본 효율성은 물론 중요하다. 행동주의 투자자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의 표적이 된 DIC로선 자본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예술을 논함에 있어 이러한 권고로 인해 탄생한 '기업가치개선위원회'보다 차가운 표현이 있을까? 해당 미술관이 주주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물론 주주들은 무료 티켓을 받긴 한다), 지역사회와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는 더 큰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금고 속에 닫혀 있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에 비하면 자본 효율성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혜택이란, 그저 반올림 오차에 불과해 보인다.
이러한 생각의 끝은 어디일까. 자선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 사회적 행동들은 항상 대차대조표상 항목들로 측정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철도회사들이 수년째 적자 상황임에도 노선 운영을 이어가는 이유다. 순수하게 주주 우선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철도 회사들은 당장 노선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대신 철도회사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다.
영국 유명 초콜릿 브랜드인 캐드버리를 인수한 크래프트 푸드부터 보잉의 맥도널 더글러스 합병, 월트디즈니의 스타워즈 인수 등까지…. 인수합병이 결국 사랑받는 기업을 악화시킨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종종 저평가되는 일본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경영진들로선 스튜어드십과 함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세븐&아이홀딩스 거래의 잠재적 이점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어로이드 레이디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7-Eleven Deserves More Than Shareholder Supremacy'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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