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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판다에게서 배우는 우리의 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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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판다 정신>의 두 번째 장 '판다는 손이 부족해도 어떻게든 버틴다'는 원래 없던 판다의 여섯 번째 손가락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판다를 귀엽게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처럼 쓰는 손이다. 기다란 대나무를 튀어나온 손목뼈에 걸치고 먹다가 아예 손가락처럼 길어졌다고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를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생명체의 놀라운 적응력은 판다만이 아니라 인간도 가지고 있는 힘이다. 그 손으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 저자는 묻는다. 글자 수 995자.
[하루천자]판다에게서 배우는 우리의 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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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판다의 조상이었던 동물의 손 모양은 대나무를 먹기에 불리한 곰 손 구조였다. 엉뚱하게도 손목뼈의 모양이 변하는 방식이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면서 적응한 끝에 불리한 특징을 넘어서서 결국 귀여운 모습이 되었다. 힘든 일, 불리한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하다가 귀여운 모습이 되는 것, 나는 이런 것이 어쩌면 판다의 인기 비결이고, 판다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의 엄지손가락은 진화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좋은 사례이다. 진화는 항상 발전하는 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치밀한 계산으로 몸이 변화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점점 좋아지는 쪽으로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판다 조상의 손목뼈가 처음 튀어나왔을 때는 약간의 장점이 있더라도 걸리적거린다는 느낌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최대한 적응해서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면 생명체는 어떻게든 자기 몸을 가능한 한 유용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손목뼈를 대충 손가락처럼 쓰게 된 판다라는 멋진 동물이 탄생하게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세상에 꼭 필요한 것도 판다의 손가락 정도가 아닐까. 먼 옛날, 사람의 조상은 높은 가지에 있는 과일을 따기 위해 일어섰고, 호모에렉투스는 긴 시간 동안 걸어 다니기 위해 곧게 서서 두 다리로 땅을 디뎠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손을 사용해 보여 준 새로운 길 중에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현대의 사람은 손으로 무엇을 해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 손으로 우라늄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답해야 할까? 그래서 핵분열 물질을 농축하고 그것으로 핵폭탄을 만들어 한 번에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으스댈 수 있을까?


판다에게 손으로 무엇을 하냐고 물어보면, 한참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정확한 원리는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손을 이용해서 이렇게 잡고 먹으면 대나무 먹을 때 덜 흘리고 맛있는 부분을 잘 먹을 수 있다고. 아마 기쁜 표정으로 말할 것이다.

-곽재식, <판다 정신>, 생각정원,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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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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