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범죄 228% 증가
최초 도박 연령 24.7세로 낮아져
선정적인 사진과 문구로 청소년을 현혹하는 불법 도박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과 비교해 판단력과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일수록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제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청소년(14~18세) 도박 범죄는 23건으로 전년 대비(7건) 2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범죄 가운데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는 22% 감소했지만, 도박 및 마약 범죄는 크게 늘었다. 최초 도박 평균 연령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조사한 결과, 2018년 27.7세였던 최초 도박 연령은 2022년 24.7세로 낮아졌다.
최근 등장하는 불법 도박사이트들은 청소년이 주로 찾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불법 시청 사이트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게시글과 댓글에 불법 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불법 링크가 달리고, 이를 클릭하면 도박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실제로 한 불법 TV·영화 시청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해보니, 사이트 측면에 선정적인 그림과 '안전하다', '수익률 최고' 등의 문구가 붙은 배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회원가입에는 아이디와 닉네임, 환전 비밀번호 등을 요구할 뿐 최소한의 성인 인증 절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청소년들이 주로 구글, 유튜브 등의 해외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데, 회원가입까지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학생들끼리는 어느 경로가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수월한지 공공연하게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불법 사행성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과 심의를 강화하고 있으나 불법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시정 조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방심위의 시정조치는 크게 '삭제'와 '접속 차단'으로 나뉘는데 사이트를 직접 삭제할 수 있는 국내 사이트와 달리 해외 사이트는 '속지주의(법의 적용 범위를 자국 영역 내로 제한하는 것)' 적용에 따라 방심위가 삭제를 강제할 권한이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자제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일수록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성인에게 불법 도박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성인을 흉내내거나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법적 책임에 대한 개념도 잘 서 있지 않아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불법 도박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철저히 교육하고 불법 사이트 역시 엄격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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