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⑸'한국판 페어펀드' 도입 필요성
박준선 제주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
실질적인 피해 구제…법 개정으로 단초 마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회계연도에 총 64억3900만달러를 '페어펀드(공정기금)'로 적립해 9억3700만달러를 피해자들에게 배분했다. 이듬해인 2023회계연도에도 총 49억4900만달러를 적립해 이 중 9억3000만달러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2년 연속 1조원을 웃도는 금액을 지급한 것이다. 페어펀드는 미국 연방증권법 위반행위 사건 조사결과에 따라 환수한 부당이득(disgorgement) 또는 민사제재금(civil penalty) 등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대신 투자 피해자에게 배분하기 위한 목적의 펀드다. 한국에도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제도가 존재하지만, 주가조작 피해 보상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국고로 전액 환수된다.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한국판 페어펀드' 도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페어펀드는 부당이득 환수금과 민사제재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책임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는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에 도움을 줄 수 있고 SEC의 민사제재금 부과 조치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미국 로스쿨 재학 당시 SEC에서 법무인턴으로 근무한 바 있다.
박준선 교수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판 페어펀드 제도 도입 물꼬가 틔워졌다고 봤다. 올해 1월19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이에 대해 형사처벌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부당이득의 최대 2배 또는 최대 4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 규정이 없어 미국의 페어펀드 같은 제도는 도입이 어려웠으나, 개정 자본시장법에서는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신설했기에 기본 토대는 갖추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민사구제 절차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페어펀드의 주요 재원인 과징금 부과 근거가 마련된 이상 한국에도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SEC는 우리나라의 과징금 성격인 민사제재금을 적극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SEC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 부당이득 환수금보다 민사제재금이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2022회계연도에만 민사제재금으로 42억달러를 부과했다. 당해 부당이득반환금액(22억달러)의 거의 두 배 규모다. 법 위반으로 얻는 잠재적 보상이 잠재적 위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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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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