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행사 등 킬러 콘텐츠 부족
집 밖으로 나온 소비자 못 잡아

[시시비비]빈약한 '할인민국' 유통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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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동네 목욕탕을 갔다 깜짝 놀랐다. 목욕탕 입장을 위해 결제를 기다리는 대기줄이 문밖까지 이어지면서다. 목욕탕 입구 앞에는 손님들이 강추위를 피하도록 천막이 설치될 정도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는 동안 한산하던 목욕탕은 지난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손님이 서서히 늘었는데, 최근에는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날 대기 줄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20·30세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이 집 밖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한파를 만나면서 뜨끈한 찜질방으로 몰린 듯하다.


실제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오프라인 소비 폭발적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오프라인 매출은 3.6% 역성장한 뒤, 이듬해 7.5% 반등했고 2022년 8.9% 급등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2021년 15.7%, 2022년 9.5%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를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상반기 오프라인 매출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 기간 온라인 매출도 7.3% 줄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21년 48.4%, 2022년 48.6% 등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상반기 49.8%로 확대됐고. 지난해 11월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은 53.7%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급증한 오프라인 수요를 매장 매출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연초부터 대규모 할인전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진한 소비 심리에 불을 지피기 위한 전략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소비 촉진을 위한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일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2024 한국방문의 해' 첫 행사인 '코리아그랜드세일' 개막식을 열었다. 다음 달 29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유통 업체와 항공사, 숙박업체가 대규모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달성을 위한 초석을 쌓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와 유통기업은 지난해 11월에도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2015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쇼핑 축제(주최 측 슬로건)'다. 유통기업들은 선물 수요가 많은 지난해 말에도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 확대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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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중 시시때때로 이뤄지는 가격 할인 행사가 집 밖으로 나온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에 붙잡아 놓을 리 없다.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행사를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매장을 찾게 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동네 찜질방은 적어도 시원한 식혜와 삶은 계란 등 '추억'이라는 킬링 포인트가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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