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윤동한 회장의 '우보천리 동행만리'<5>
독서의 두 번째 효과는 어휘의 힘에서 나옵니다. 두 줄로 설명하던 것을 어휘 하나로도 가능할 때 저는 왠지 모를 희열을 느낍니다. 또 어휘를 적절히 구사하여 문장의 군살이 빠지는 것을 목격할 때도 그렇습니다. 비단 어휘는 문장 안에서만 힘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생각한 내용을 언어화하는 사람만이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언어화를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은 의견을 가져서도, 피력해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책을 읽으면 언어화가 저절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교양 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미소가 번지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사람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언어화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어휘나 문장에 불필요한 감정을 싣지 않습니다. 언어화라는 것 자체가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고 정제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사람, 그래놓고 금세 반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컷 분노를 쏟아붓고서는 화해를 요청하는 사람도 있지요. '반성이라도 하니 그게 어디냐'라고 할지 모르나 그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은 그만한 사안이 있었다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일에 미숙해서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서운하다'고 말해도 될 일을 '배신감이 든다'고 하고, '약속 시간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될 일을 '너 따위가 뭔데'라며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1데시벨'만큼 화가 났다면 그 수준에 맞는 감정만 표현하면 됩니다. 그럼 상대도 배려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겠지만, 만약 자신이 저지른 잘못보다 더 큰 분노가 돌아온다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겁니다.
감정의 층위에 맞는 언어만 잘 구사해도 관계가 편안해집니다. 이 층위를 무시하고 감정부터 던지고 보자는 식이면 더 이상 좋은 사람들이 곁에 오지 않습니다. 설사 오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거나 겉만 친한 관계가 되기 쉽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화 훈련'을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가 그것을 도와줄 겁니다.
-윤동한, <우보천리 동행만리>, 가디언,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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