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힘' 펴낸 김동기 변호사
달러 지배는 당분간 지속
미 국채 안전성 의무 커지면 위기

'지정학의 힘', '달러의 힘' 저자인 김동기 변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달러는 향후 10년 내 근본적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지정학의 힘', '달러의 힘' 저자인 김동기 변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달러는 향후 10년 내 근본적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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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달러의 절대적 비중과 압도적인 위상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 만난 '달러의 힘' 저자 김동기 변호사는 지난해 미 Fed가 금리인상 종료를 시사하면서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킹달러 기조도 시들해질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는 달러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 때문에 달러 체제가 쉽게 무너지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재정적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글로벌 금융거래에서 최고의 담보로 쓰이는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달러는 근본적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재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결국 달러 역시 그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 문제는 10년 후 민감한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20년 한반도가 지정학적 올가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정학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정학의 힘'을 출간했다.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2022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인사들에게 일독을 권하면서 더욱 화제 됐다. 미·중 갈등이 확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 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만5000부 가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 열기가 식기 전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달러의 힘'을 출간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체제는 왜 종식이 안 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지정학의 힘'을 썼다면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체제하에서 달러를 제대로 알아야만 한국 금융과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달러의 힘'을 내놓았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던 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넓은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코넬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미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했고, 국제금융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도 땄다. 한국IT벤처투자 미국지사장, 방송위원회 방송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동기 변호사는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체제 하에서 달러를 제대로 알아야만 한국 금융과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김동기 변호사는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체제 하에서 달러를 제대로 알아야만 한국 금융과 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달러 지폐의 모습.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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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으로서 경력이 다양하다. 지정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79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인터뷰한 날짜가 공교롭게도 12월 12일인데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보여주듯 격동기를 살았다. 대학 시절 군사독재 타도는 시대적인 이슈였고, 남북 분단 체제라는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부의 주변부에 있었던 나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제도권에 들어가서 제도적인 틀을 이용해 노동자를 돕고 인권을 신장하는 일에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기 변호사 시절, 중소기업이 많았던 경기도 부천시에서 노동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잠깐 정치에 발을 담갔지만 한계를 느끼고 서초동에서 변호사 생활을 지속하다 30대 후반 뒤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 로스쿨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항상 '한국은 안전한지,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는지'에 관해 물었다. 한국인은 의외로 둔감하지만, 외국인들이 볼 때는 '굉장히 불안한 나라'인 것이다. 한반도 분단체제는 왜 종식이 안 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속하다가 여러 자료를 틈틈이 찾아봤는데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1989년 동독이 무너지며 사회주의 진영이 몰락했고, 이념적으로 자유주의 진영이 승리했다. 이념은 더이상 논쟁거리가 안됐다. 모든 국제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익을 늘려갈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반도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북미관계 개선 최대 수혜자는 韓…지정학적 상상력 펼쳐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정학의 힘'을 추천하면서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전·현직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른데.

▲문 대통령이 '지정학의 힘'을 추천한 것은 책이 나온 지 2년 가까이 됐을 무렵이다. 타이밍상 현 정부가 출범하고 대북 정책에서 지난 정부와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현 정부 인사들에게 일독을 권하니 뭔가 정치적 의미가 담긴 듯 보여 관심을 더 받았던 것 같다. 윤 대통령과는 학창시절 동기로 인사를 하는 정도였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깊은 관계가 없었다. 책을 낸 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이 외교당국이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자제하던 2021년 전·현직 외교부 담당자와 만나 북미 관계에 대한 토론을 했다. 2022년에는 통일부가 주최하는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국방대학교에서 현역 중견 간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는데 국방분야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보람된 경험이었다. 처음 집필할 때 대중적인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출간했지만 1만5000부 넘게 팔리면서 고무적이다(웃음).

'달러의 힘' 김동기 저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달러의 힘' 김동기 저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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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반도 지정학적 통합과 적대적 관계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최근 분위기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나라의 최대 리스크는 한반도 전쟁이다. 미·중 분쟁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반도체 주요 생산기지가 한국, 대만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높아진 것 자체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쟁이 터지면 모든 게 잿더미다. 양쪽이 모두 피해를 입으면 무슨 소용인가. 무엇보다도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어느 정부든 이념을 떠나서 전쟁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최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하면서 국가 안보전략을 발표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다. 바이든 정부는 서방측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틀에 기반하는 질서를 변경할 유일한 국가로 중국을 지목한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을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2018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이 발견한 것은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갈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균열은 미국에게는 기회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북한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전 사령관은 지난 2021년 7월 발표한 에세이 '북한과 대타결(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에서 한미는 북한을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약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시나리오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희토류 보유한 북한…中 희토류 무기화 위협 대응책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진행 중이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 없이는 수출 회복도 쉽지 않다.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안보는 중국, 경제는 미국' 이런 유행어는 끝났다. 중국이 그간 우리나라 중간재를 수입했는데 대부분 추격해서 이제는 반도체 하나 남았다. 그간 중국 시장에서 편하게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힘들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양적·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활용해야 한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최대 수혜를 입겠지만 그다음 수혜를 받는 것은 한국 기업이다. 특히 양질의 많은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북한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위협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북한이 개방돼 경제 개발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들어가면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향후 20~30년간 다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지정학적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 상상력의 38선을 철거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달러의 힘' 김동기 저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달러의 힘' 김동기 저자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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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

▲달러를 지탱하는 미국의 재정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달러의 지위는 흔들릴 수 있다. 2001년 9조7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불과했던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2022년 말 30조9300억달러로 GDP의 124%에 달한다. 그해 4750억 달러를 이자로 지불했는데 전년 대비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자 비용은 2033년쯤에는 연방정부 수입의 20%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에는 33조 달러까지 불었는데 연방정부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의회는 인프라, 기후위기, 국방비 등에 쓸 돈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국방비가 줄면 미국의 하드파워가 낮아지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 능력이 악화되면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 저하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를 흔들 것이다. 달러 무기화도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거나 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들이 달러를 이용하지 않는 새로운 채널을 구축하면서 달러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달러를 정치적·경제적 도구로 삼을수록 달러로부터 이탈하려는 국제적 원심력이 커질 것이다.


젊은 세대 에너지 살릴 공간 열어줘야…정치가 각성할 때

-저서 집필을 위해 꾸준한 건강관리가 중요한데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일상적으로 걷는다. 성북동 집 주위를 강아지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한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강아지 산책은 빼놓지 않는다. 아내는 고양이 8마리를 키우는 '캣맘'이다. 동물들 속에 산다(웃음). 앞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요즘은 개인이든 시민이든 국가든 국제적인 맥락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다. 우리의 생각과 사상은 국제적인 영향을 받아서 형성되는데 그 역사적 배경이나 뿌리를 알아보고 있다. 국제적 흐름을 알아야만 스스로를 정확히 알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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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을 비교하면 가장 수평적인 사회가 한국이다. 한류도 그래서 가능했다고 본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것은 정치적으로 리더십의 부재가 컸다. 변화가 필요할 때 제대로 변화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변화하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경제적 기회가 줄고 삶이 각박해졌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의 에너지를 살려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이 분기점이다. 정치인과 리더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김동기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 변호사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것은 정치적으로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정치인이 각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기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 변호사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것은 정치적으로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정치인이 각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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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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