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난해한 투자설명서로 투자자 보호?
AD
원본보기 아이콘



감독당국이 새내기 상장사 파두의 '실적 뻥튀기' 의혹 사태 이후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기업공개(IPO) 시장 건전성 제고에 공을 들여온 당국은 '공든 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청취하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주관사·코스닥협회와 IPO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IPO 관련 신뢰성 논란 등과 관련해 관계자가 모여 현행 상장 절차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최근 재무실적 정보 제공이 미흡했던 상장 사례를 고려해 IPO 증권신고서를 심사할 때 제출 직전 월별 실적을 확인하기로 했다.

다양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튼튼한 외양간을 만들려는 당국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당국이 촘촘하게 심사한 증권신고서를 투자자가 꼼꼼하게 살펴볼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병행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IPO 시장에서 공모주 청약 경쟁이 뜨겁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자금이 몰리고 있다. 상장 첫날 변동폭을 확대하면서 공모가 대비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대다수 개인 투자자는 상장 첫날 팔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모습이다.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신규 상장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상대적으로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 더욱 어렵다. 주관사가 기업가치를 구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투자설명서를 보면 2~3년 후 예상 매출과 이익을 바탕으로 비교 기업군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서 적정 기업가치를 구하는 과정을 최대한 자세하게 기술한다. 다만 사업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전망치가 과도한 것인지 적정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파두만 해도 낯선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33조원이 몰린 두산로보틱스 투자설명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모주를 받기 위해 청약 첫날에만 60만명이 몰렸지만,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읽은 투자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주관사는 적정 기업가치를 구하기 위해 삼익THK·라온테크 등 국내 상장사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 야스카와 전기, 스위스의 ABB 등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2026년 순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잡았다. 협동로봇 시장이 확대되고 두산로보틱스의 사업 분야별 매출이 안정화되는 시기가 2026년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2023년 반기 말 현가로 환산하기 위한 연 할인율은 15%를 적용했다고 한다. 연 할인율 산정 근거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평균을 기준으로 했다.


투자설명서를 보지 않고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가 태반이고, 투자설명서를 살펴본 투자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나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최근 월별 실적도 넣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AD

금감원은 상장 주관사의 업무 체계가 투자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망이 아무리 촘촘하다고 한들 투자설명서를 보지 않는 투자자를 모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rkh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