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품 대열 올라간 삼성...MZ 마음은 왜 못잡았나
[인터뷰]김석필 전 삼성전자 부사장(현 비바체랩 대표)
"삼성은 유럽에서 값 싼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명품 대우를 받는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작은 지점으로 출발했던 프랑스 법인이 휴대전화, TV, 생활가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은 여전히 유럽시장이 인정하는 명품이다."
'삼성, 유럽에서 어떻게 명품 브랜드가 되었나' 저자 김석필 전 삼성전자 부사장(현 비바체랩 대표)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책 제목을 자신이 일하면서 이룬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영국, 프랑스 법인장, 유럽총괄 사장 등을 역임한 2005~2013년 삼성을 유럽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가 유럽에서 본격적인 '문화 마케팅'을 펼치기 전 유럽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세계 1,2위를 차지하던 시장이었다. 한국의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휴대전화, TV, 생활가전 등 모든 제품이 다른 글로벌 톱 브랜드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명품 대열에 오르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한 전략과 시장 확대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
김 부사장은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고민 끝에 '프리미엄(Premium), 프라이드(Pride), 패션포인트(Passion Point)'로 요약할 수 있는 3P 마케팅을 유럽 전역에서 펼쳤다고 말했다.
우선 최고급 백화점, 요트 쇼 등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삼성을 적극 알렸다. 2006~2011년 영국 버킹엄 윈저성 등 영국 왕실의 5개 공식 거처에 총 200여대의 TV와 최고급 AV(오디오&비디오) 제품을 설치하고 서비스로 신뢰를 구축한 결과 2012년 영국 최고 권위인 왕실 인증 '로열 워런트' 인증을 받는데도 성공했다. '축구'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문화'에 열광하는 유럽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첼시FC를 후원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고 대영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등 유렵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을 대상으로 브랜딩 전략을 세워 삼성이 보다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도록 했다. 요리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요리 교실을 후원하고 레스토랑 가이드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쿡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김 대표는 "나의 각오는 일류 수준이었던 삼성을 유럽에서 초일류, 즉 명품 대열에 올려 놓는 것이었다"며 "당시 사람들은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비웃었겠지만 문화 마케팅으로 파고든 끝에 성과를 냈다. 제품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에서도 명품 반열에 오르는데 성공한 삼성이지만, 한국 안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 잡지 못하고 있는 요즘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한국에서는 MZ들은 '아이폰', 엄마 아빠는 '삼성폰'을 쓴다는 인식이 강하다.
김 대표는 "마케팅의 기본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인데 해외에 가는게 과거 보다 쉬워지면서 이제는 먼 지역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삼성을 알리는 것 보다 세대간 서로 다른 감성을 파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더 어려워진 시대"라며 "세대간 차이에 3P를 맞추는 게 필요해진 시기"라고 말했다. 삼성의 내부 조직 구성이 제품 중심으로 돼 있다는 점도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그는 "모바일, 가전 등 삼성은 여전히 내부조직이 제품과 기능 중심으로 나눠져 있고 사업 책임자들도 마케팅 보다는 제품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술, 제품 만큼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 문화에 대한 이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찾아내는 노력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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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2018년 삼성을 떠나 현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비바체랩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삼성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도전한 경험과 네트워크들이 스타트업들과 글로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한국은 지금 'K-컬쳐' 라는 막강한 (문화)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를 초일류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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