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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재명 늪'에 빠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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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재명 늪'에 빠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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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처음으로 낸 입장문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들의 ‘반란’으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흔들림 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만약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되더라도 그대로 대표직을 지키겠다는 뜻이 전해진다.


이미 친명계에서는 사퇴 불가론이 이어진다.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 이 대표 체제로 강서구청장 승리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정청래 최고위원)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자로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정성호 의원) 친명계에서는 ‘옥중 공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들은 "수박들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가결표 의원 색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도 가결 투표를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전 당원의 뜻을 모아 상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색출 작업을 예고한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항쟁’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비명계를 향한 것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상당 기간 ‘이재명 리스크’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돌아보면 민주당이 이재명 리스크에 갇혔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당 대표에까지 나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 대표에게는 자신을 지킬 안전판 마련이 급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년1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당이 거둔 성과가 무엇인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동안 민주당이 진심으로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이 ‘이재명 지키기’였으니 다른 것이 떠오르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재명 지키기의 최대수혜자가 윤석열 정부라는 역설이 나오는 이유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이 대표는 자기 입으로 부결을 요청했다. 불과 석 달 전 자신이 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국민항쟁’이라던 단식은 ‘방탄 단식’이 돼버렸고 민주당 의원들의 가결표를 더 늘어나게 만든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광경은 이 대표가 자신의 문제에만 갇힌 과몰입 상태에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168석의 국회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1년이 넘도록 당 대표 지키는 데만 매달려있는 상황은 여야를 떠나 불행한 일이다. 이 대표야 ‘검찰 독재’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러한 대응이 오히려 집권 세력의 인사 난맥상 등을 가려주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이번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되겠지만, 반대로 영장이 발부된다면 민주당이 그 뒤의 상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표를 지키려는 친명계와 ‘공천 학살’을 막으려는 비명계의 예고된 충돌은 분당까지 촉발할 지뢰밭 길이다. ‘개딸’들은 ‘배신자’를 색출하자고 아우성이고, 국회의원들은 ‘부결 인증’ 릴레이를 벌인다.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이 대표 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요구한다. 민주당의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의 늪’에 빠졌다. 이재명을 살리려다가 민주당이 죽을지도 모르겠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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