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전기충격, 유리창 깨는 쇠구슬…"일상서 쓰지 않는 살상력 도구 규제해야"
실제 범죄에 악용 사례 늘어
별도 절차 없이 손쉽게 구매 가능
매년 불법무기 소지·판매 100여건
사제총기·새총 제작 영상 제재 ‘급증’
최근 전기충격기, 너클, 쇠구슬, 새총, 컴파운드 보우(기계식 활) 등 살상력을 갖춘 도구들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음에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이들 상품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범죄에 사용될 수 있지만, 현행법상 '무기류'로 분류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지 않으면서 살상력이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전기충격기, 너클, 쇠구슬, 컴파운드 보우 등을 검색하자 다양한 상품이 나왔다. 전기충격기는 10만원대, 사냥용 컴파운드 보우는 20만원대, 새총은 이보다 저렴해 3만~5만원선에 올라와 있었다. '사냥용' '호신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구매가 가능했다.
이 도구들은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지난 4일 경남 양산에서는 버스정류장에서 모르는 여성을 전기충격기로 찌르고 달아난 4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의 최윤종(30)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지난 12일엔 장난감 총을 개조해 서울 강남구 소재 빌딩에 쇠구슬을 쏴 건물 5개층 유리창을 깨뜨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서울 광진구 한 빌라 공사 소음에 불만을 품고 새총으로 쇠구슬 80발을 쏴 창문 8개를 깬 30대 남성은 지난 13일 1심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서울 강북구에선 40대 남성이 앙심을 품고 70대 지인에게 컴파운드 보우로 화살을 쏴 다치게 하기도 했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상 규정된 무기류는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총포, 날 길이가 15㎝ 이상인 도검, 폭발력이 큰 화약, 최루가스 등을 분사할 수 있는 분사기, 전기충격기, 석궁 등이다. 이러한 무기류는 관할 경찰관서의 소지 허가를 받아야만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충격기의 경우 3만볼트 이상일 때만 신고하면 된다. 너클, 쇠구슬, 새총, 컴파운드 보우 등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무기류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공장소에서의 흉기 휴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는 총포화약법 개정안이 9건 발의돼있지만 모두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소지·허가 자격과 관련된 법안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 등의 소지자에 대한 정신질환 여부를 정기적이고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지 허가 갱신제도 도입하는 안을 내놨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강력범죄·아동성폭력범죄을 저지른 자가 형의 집행 이후 10년 동안 총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총포화약법을 통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개정안이 발의된 도구는 현재 컴파운드 보우 뿐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컴파운드 보우를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2021년 4월 발의했으나 행안위 소위에 회부된 뒤 별다른 논의의 진척이 없다.
이런 가운데 매년 100명이 넘게 불법무기를 소지·판매하다가 적발되고 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무기의 소지 또는 판매로 적발된 인원은 2018년 127명, 2019년 204명, 2020년 233명, 2021년 129명, 2022년 158명이었다. 올해 1~7월은 29명이 적발됐다. 또 사제 무기 제작 방법 등을 인터넷에 소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가 이뤄진 건수는 2018년 440건, 2019년 292건, 2020년 416건, 2021년 744건에서 2022년 56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소지 허가를 받지 않은 총포 등 불법무기로 인한 사건·사고는 총 31건 발생해 10명이 다치고 4명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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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무기류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도구들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현행 총포화약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기준은 해당 도구의 일상생활에서의 사용 빈도와 살상력이다. 대체로 새총, 새구슬, 컴파운드 보우 같은 물품은 시중에서 '사냥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일은 극히 드물면서 사용 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지 않으면서 살상력을 갖춘 도구들은 쉽게 구매할 수 없도록 총포화약법에 규제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너클, 쇠구슬 등의 물품은 호신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 봐야 한다”며 “일상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면서 살상력을 갖춘 물품을 자유롭게 구매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쇠구슬 총·새총 등은 유사총기류로 분류해야 함에도 제도가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구매자들은 안전하게 사용한다고 하겠지만 인터넷상에 개조법이 많이 올라와 있고, 범죄 악용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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