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세수 재추계'에 숨은 진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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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 400조5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14.8%) 줄어든 341조4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정부의 재추계 결과가 나왔다. 세수오차율은 17.3%에 이른다. 결손이 발생한 연도 가운데 가장 크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 등 기금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 이번 재추계를 통해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세수오차율이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기록한 것은 물론 3년 연속 세수 예측치가 크게 빗나갔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오차율은 17.9%, 13.3%였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세수 오차가 코로나19 등에 따라 경기 흐름의 진폭이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평균 세수 오차율을 보면 미국(8.9%), 일본(9.0%), 캐나다(10.6%), 영국(12.7%) 등으로, 한국(11.1%)과 비슷한 수준이다.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면서 정부의 경기전망도 그만큼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재부가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전망을 못한 책임은 있다.


세수 재추계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은 더 중요한 문제다. 세수 부족의 배경에는 기업의 실적 부진과 자산시장 침체가 깔려 있다. 소득세(수정 전망치 114조2000억원) -13.4%, 법인세(79조6000억원) -24.2%, 부가세(73조9000억원) -11.2% 등 주요 세목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거품을 걷어내는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실적 개선을 위해 세제 지원과 규제개혁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줄인 효과는 올해 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세수부족이 부자감세 때문’이란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

세수 부족분을 국채 발행이 아닌 기금 등의 재원을 활용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24조원에 달하는 외평기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식으로 끌어다 쓰는 것은 환율 방어에 대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국채 발행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달 말까지 131조1000억원어치 국고채를 발행해 연간 총 발행한도 167조8000억원의 78.1%를 채운 상태다.


국가채무(D1)는 2012년 말 443조1000억원이었지만, 10년이 흐른 지난해 말에는 1067조7000억원으로 2.4배나 늘어났다. 대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 금액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0.8%에서 49.4%까지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채무는 626조9000억원(2016년 말)에서 970조7000억원(2021년 말)으로 급증했다. GDP 대비 비율도 36%에서 46.7%로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야당은 수시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한다. 추경은 일종의 스테로이드 주사약이다.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좋지만, 만성적이면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남발하면 국가경제를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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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돈을 펑펑 쓸 방법을 몰라서 안 쓰는 것은 아닐 테다.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위기감 때문일 테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정을 쌈짓돈 쓰듯 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만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 "그냥 추경하자고 주장하지 말고, ‘빚을 내서’ 추경하자고 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겠나."


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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