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금리 낮아 매력적"..환율방어용 기금까지 세수 충당하겠다는 정부
국채발행·추경편성 없이도
세수 충당할 '묘수'지만
환율방어 대응취지 벗어나
정부의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단으로 외국환평형기금에 쌓인 원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기금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기금 수지를 개선하고 정부가 나랏빚을 내지 않고도 세수를 충당할 수 있는 '묘수'로 부각되고 있지만, 환율방어를 위해 조성된 본질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60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세수 펑크'를 충당하기 위해 외평기금의 원화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원화 자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넘긴 후, 일반회계로 전용해 일반 예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나랏빚인 국채를 발행하거나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세수 부족분을 메울 대책으로 고안 중인 방법이다. 특히 약 30조 원까지는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도 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통화가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기금이다. 원화를 끌어 쓰면 갑자기 환율이 하락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환율변동성이 16개국 중 2위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화가 동조하는 위안화도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와 경기침체 위기로 불안한 상황에서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외평기금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처럼 고환율 국면에 놓인 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간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은 외평기금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오는 ‘달러 매도 개입’을 해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지금처럼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외평기금에 쌓여 당장 사용할 일이 없는 원화를 가져다 쓰는 건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르는 유가와 중국의 경기 회복 부진이 강달러 기조를 부추기는 현 상황에서 갑자기 원화가 필요해지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이다.
정부는 원화를 공자기금으로 넘기는 것에 대해 기금 수지개선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평기금 자산 규모는 269조4000억원. 이중 순자산 2조4000억원을 제외한 267조원은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린 부채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평기금에 쌓인 원화는 공짜가 아니라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온 거라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며 “이렇게 부채로 갖고 있을 바에야 순상환해서 수지 개선을 하자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2014~2016년에도 3개년을 합쳐 4조원 정도 공자기금에 상환한 바 있다.
또, 정부가 최근 원화표시 외평채 18조원가량을 발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저금리로 갈아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외평기금으로 세수 부족분을 충당한다고 가정할 때, 환율 방어를 위해 사용될 재원을 다시 공자기금에서 고금리로 빌리는 게 아니라 저금리 외평채를 발행해서 채운다는 의미다. 외평기금은 보통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공자기금에서 예치 받는데, 이는 약 2.7%(2010~2021년 평균)이다. 원화 외평채는 1년물 통안채 금리 수준으로 발행하는데, 이는 약 2.1%다. 0.6%포인트 차이가 나니 최소 1100억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다만 효율성과 기금의 본질을 맞바꿔도 되는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빌려온 돈을 갚는 것은 분명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외평기금의 적절한 양은 외화 정책을 통해 정해야 하는 것이지 세수 규모를 조정하거나 국채 발행량을 정하는 꼼수로 활용되는 건 기금 활용의 본질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든 주머니만 바꿨을 뿐, 실질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좋아지는 건 아닌데 단순히 추경이나 국채 발행을 아닌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정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평기금 활용이 외환시장의 대외신인도와 중앙은행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환정책 기조가 아닌, 정부 재정난을 사유로 외평기금을 전용한다면 한국의 원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홍 의원은 “한국은행은 대외 변수로도 모자라 정부의 세수결손 등 재정문제까지 짊어진다고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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