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은행권은 물론,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이른바 '둠 루프(Doom Loop, 파멸의 고리)'로 떠올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 대출 등을 포함할 경우 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부동산 둠 루프가 미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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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한 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2조2000억달러(약 3000조원)으로 집계된다. 2015년 이후 7년 반 만에 2배로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 채권 등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 및 간접 대출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은행권 노출액은 3조6000억달러(약 4800조원)에 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는 은행권 예금의 약 20% 수준이다.


WSJ는 "은행권 노출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조달러에 달하는 대출, 투자가 은행은 물론, 광범위한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2022년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간접 대출 노출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이나 부동산 대출 전문 리츠(REITs)를 대상으로 한 은행 대출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줄일 경우 이는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 대출 부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WSJ의 경고다. WSJ는 "사무실 공실이 급증한 대도시에서 둠 루프 시나리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오피스 공실률은 높아진 상황이다. 데이터제공업체 MSCI리얼에셋에 따르면 7월 상업용 부동산 매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시내 사무실 건물 매매는 20년 만에 최소 수준을 나타냈다. 베네피트 스트리트 파트너스의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인 마이클 콤파라토는 이 상황에서 거래가 재개되면 신저가를 경신할 수 있고 이는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작년부터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은 상업용 부동산을 둘러싼 우려를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상업용 부동산 보유자들이 채무 불이행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연초 M&T은행은 오피스 임대인에 대한 대출의 약 20%가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더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MSCI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 및 유가증권은 약 9000억달러(약 1200조원)에 달한다. 오하이오주 마이애미 대학의 강사이자 Fed 전 고문인 타일러 위거스는 "은행에 3.5%의 이자를 갚던 대출자들이 갑자기 7.5%를 갚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대출자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은행들은 이를 부실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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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대부분 지역 중소규모 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대형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을 줄여온 것과 달리, 지역은행들은 저금리를 기반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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