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부 식물화…美 관계 악화 전망(종합)
이스라엘의 ‘사법부 식물화’ 조치가 미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없애는 조치를 강행하면서 정국의 분열과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극우 정부가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없애는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사법 독립 약화와 민주주의 체제 손상, 팔레스타인과의 긴장 고조를 불러올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법안 통과는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매년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를 받아온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지만, 역사상 극우익 정부인 현 정부 출범 이후로 관계에 균열이 일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말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 등 각종 강경 정책에 대한 양측의 이견과 미국의 제지가 이어지면서 한층 껄끄러워진 상태다. 이스라엘을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온 미국 등 다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전 네타냐후 총리에게 타협을 촉구하는 이례적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현재의 사법 개혁이 더 분열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직면한 다양한 위협과 도전을 고려할 때 이 사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법안 통과는) 불행한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했다.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사법 개혁안’이라고 부르는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고 찬성 64표, 반대 0표로 최종 통과시켰다. 야권은 막판까지 이어진 협상 결렬에 반발해 3차 독회 후 진행된 최종 표결을 보이콧했고, 여권 의원 64명의 찬성으로 법안 처리는 종결됐다.
법안의 핵심은 행정부의 주요 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직권 폐지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식물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정을 주도한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사법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역사적 과정의 첫 단계"라고 말하며 향후 추가 입법을 통해 사법부 권한을 더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오늘 처리된 법안은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하다.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사법 정비는 안보 환경에 대한 도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천명의 예비역은 표결 전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복무를 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군 관계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가 군 내부의 통합을 약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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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역에는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격렬하게 번지고 있다. 이날 법안 통과 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나와 ‘민주주의 수호’와 함께 사법부 파괴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 나선 수만 명의 시민들은 주요 도로와 교차로 등을 봉쇄했고, 경찰은 물대포차를 동원해 거센 물줄기를 쏘며 시위대를 체포·진압하며 무력 충돌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는 관련 법안이 발표된 지난 1월 이후 29주째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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