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쿠바에 군사기지 추진"…美블링컨, 이미 中에 우려표해

중국이 미국의 최인접국인 쿠바에 중국군이 주둔할 군사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쿠바 정부와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국의 군사시설이 미국 코앞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해당 문제를 지적하며 깊은 우려와 경고를 표했다고 확인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쿠바 북부 해안에 합동 군사시설을 설립한 후 중국군을 영구 주둔시키고 대미 첩보활동에 나설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남부 플로리다주와 쿠바 간 거리는 160km에 불과하다. 앞서 WSJ은 중국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도청기지를 운영해온 사실도 보도했었다.

현재 중국과 쿠바는 합동 군사시설 설립과 관련해 논의를 진전 중이나 아직 결론을 내린 단계는 아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협상 타결을 막기 위해 '쿠바에 대한 주권 침해'라는 논리를 강조해 쿠바 당국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당국자들은 해당 군사시설이 전 세계에 군사 거점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국의 '141 프로젝트' 일부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인접한 쿠바를 비롯해 카리브해, 중남미지역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WSJ는 "다른 141 프로젝트에는 캄보디아에 위치한 해군기지, 아랍에미리트(UAE) 항구에 있는 군사시설 등이 포함돼 있고, 서방 인근에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는 악화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 직후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이틀간의 중국 방문에서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진핑 국가주석과 차례로 만남을 가지고, 양국 관계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왔다. 이를 통해 올초 정찰풍선 사태 이후 사실상 끊기다시피 한 미·중 고위급 대화를 복원하고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까지 조성했으나, '대화를 위한 대화 재개' 외엔 별다른 관계 개선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한 미국측의 군사통신망 회복 제안에 중국은 화답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관련 보도에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회담 자리에서 쿠바에서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중국 측에 제기했다.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영국을 찾은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매우 밀접하게 모니터링할 것이고, 그에 관해서도 매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 영토와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그들(중국)이 군사기지가 가능한 물리적 위치를 차지할 때 항상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이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범위, 정보 수집 역량을 확대하려고 해왔다는 게 비밀이나 놀랄만한 일은 아니며 그런 시도에는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쿠바와의 관계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그것을 몰랐다거나 감시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조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기밀과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