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인플레이션 불길이 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물가의 하향 안정화'를 위해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달 초 나온 속보치와 같은 것으로, 시장 전망치(6.3%)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전월(7.0%) 대비로도 상승폭이 0.9%포인트 축소되면서 지난해 2월(5.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0.6%를 고점으로 5월 6.1%까지 하락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월(5.6%)보다 소폭 줄어든 5.3%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외신들은 "유로존 20개 회원국 중 18개국에서 소비자물가가 감소 흐름을 보였다"며 "이는 지난해 러·우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5월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가 정부 개입에 따른 영향이며, 6~8월부터는 지난해 역기저 효과로 인해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다시 정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당장 ECB의 금리 행보에 변수로 작용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CB는 물가 지표가 발표되기 하루 전 유로존의 기준금리를 3.75%에서 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날 10회 연속 금리 인상 끝에 금리 인상을 건너뛴 것과 달리 ECB는 8회 연속 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적시에 중기 목표치인 2%로 복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감행한 데 이어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고, 이후 빅스텝을 세 차례 연속 이어간 뒤 다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복귀해 8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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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쉬어갈 생각이 없다"면서 7월에도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ECB는 이사회의 향후 결정은 기준금리가 중기목표치인 2%로 반드시 적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도달해 필요한 때까지 유지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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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금리와 고물가 속 유로존 경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0.1% 감소, 지난해 4분기(-0.1%)에 이어 역성장하면서, 유로존은 기술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유로존 가운데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독일의 경우도 1분기 GDP 성장률이 -0.3%로, 지난해 4분기(-0.5%)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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