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외과의사 없어진다" 주치의 제도 없애고 디지털화…日 의사 노동개혁 주목
일본 정부 내년부터 '의사 일하는 방식 개혁'
의료계도 발 맞춰 팀 진료·디지털화 등 변화 모색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로 불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외과 등 '비인기' 필수 진료과 의사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이 의사 노동환경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의사의 근로시간 제한 등 각종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하자 일본 의료계는 이를 앞두고 주치의 제도를 폐지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5일 공영방송 NHK는 내년 4월부터 후생노동성이 시행하는 '의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 제도를 대비하는 의료 현장의 모습을 보도했다.
가나가와현의 키타사토대학병원의 경우 외과에서 주치의 제도를 폐지하고 진료 형태를 팀제로 변경했다. 의사 한 명이 특정 환자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뤄 환자 한 명을 맡는 것이다. 매일 오전 팀 의사 전원이 회의를 열어 환자 정보를 공유해 환자 한 명을 팀원 누구라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수술 진행 방식도 바꿨다. 수술의 시작부터 끝까지 의사들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집도의를 제외하고 점심시간 등에 맞춰 교대할 수 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이 병원에서 8명의 의사가 교대하며 7시간 30분 동안 수술을 진행했다.
주치의제 폐지에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 환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70대 남성은 "주치의 제도에서는 의사가 다른 환자를 봐야 하므로 내게 맞춰 즉시 대응해달라는 것이 어려웠는데, 팀 제도는 (대응이 잘 된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키타사토 대학의 히키 나오키 주임교수는 "여태까지는 주치의가 전담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좋고, 의사들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지친 의사보다 여유로운 의사를 찾는 것이 낫지 않느냐. 팀으로 진찰받는 것이 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환자를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으로 전환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다른 의료 종사자들이 분업하는 '태스크 시프트'와 디지털 전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오사카시의 이세이카이 병원에서는 산소 농도 등 인공호흡기 설정 변경을 마취과 의사 대신 해당 연수를 받은 간호사가 분담한다. 이 밖에도 자동으로 환자 위치를 바꿔주는 침대를 도입해 욕창 방지를 위해 의료진이 환자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일도 줄였다.
의료 기록을 수기로 입력하는 일본 문화에서 벗어나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이세이카이 병원은 의사 1명당 시간 외 노동을 지난 4월 평균 1시간 56분 단축했다.
낙도 등 의료 서비스를 갖추기 어려운 도서 지역 진료를 위한 산학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교린대학의 경우 의사가 왕진을 하러 가는 대신 원격 진료를 하고 처방 약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의료 기관이 이러한 조치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내년에 시행되는 정부의 개혁 조치가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에 들어간다. 현재 일본에서는 의사의 휴일이나 시간 외 근로 시간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상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상한 규제는 연간 근로 960시간으로 한 달 기준 80시간 정도다. 연속 근무 시간도 제한할 예정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일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시간 노동 등으로 필수 진료과인 내과·외과·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본 의료진의 과로 문제도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이 2019년 실시한 의사 근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간 외·휴일 노동과 관련, 병원 상근 의사 중 약 40%가 일반적으로 '과로사 라인'에 해당하는 연간 960시간을 넘겨 근무하고 있었다. 이 중 10%는 연간 1860시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노동조합이 지난해 의사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하다'는 응답이 47.1%, '건강 상태가 불안하다'는 42.5%,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는 5.4%, '매우 불안하다'는 5.0%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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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각지의 의료 현장에서는 팀제나 태스크 시프트 이외에도 IT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나 환경 개선 등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근무 지역이나 과에 따라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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