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원인 생각보다 다양해
관련 대화가 자살 부추긴다는 등의 잘못된 통념 바로 잡아야
상대 반응 보며 '능동적 듣기' 권장

[이 책 어때]당신의 가벼운 미소, 힘겨운 생명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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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초마다 한 명씩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자살로 사망한다.”


25년 넘게 자살을 연구한 해당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 세계 자살 사고의 3/4(79%)이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일어나며, 전체 자살의 60%는 아시아에서 발생한다. 흔히 고소득 국가의 자살률이 더 높다는 것이 통념이지만, 저자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한다. 나라마다 자살로 인한 사망을 다르게 기록하고, 그 죽음을 문화적·종교적·정치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최소 25개국에서 자살이 불법 행위로 여겨지며, 특히 이슬람법에 따르면 자살 시도는 처벌 대상에 속한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게 확인되는 것도 제대로 된 해석이 필요하다.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경우 자살 인구의 3/4이 남성이다. 미국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3.7배 더 높다. 남성성을 둘러싼 문화적인 기준과 기대, 알코올과의 연관성, 친밀감 상실에 따른 남성이 받는 충격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돼야겠지만 주된 이유는 ‘성공률’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치명적인 자살 수단을 사용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자살에 관한 대중의 오해를 바로잡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핵심은 “자살은 죽음을 갈망하는 행위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양은 정해져 있고, 그 한계에 도달하면 한계를 넘어설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 슬프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는다”고 설명한다.

자살에 관한 잘못된 인식은 다양하다. 저자는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 ‘자살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자살은 한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 등 다양한 통념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바로잡는다. 흔히 진짜 자살할 사람은 조용히 생각하고 실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자살 생각·충동의 양면성’을 근거로 기복이 존재하며 그 양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죽음이 목적이라기보다 고통을 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생의 끝자락에서 도와달라고 손을 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에 관해 묻는 행위가 실제로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통념도 반박한다. 저자는 그런 인식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자살에 관한 질문이 보호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근거는 수년 전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자살 시도로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대다수 환자는 자살에 관한 질문이 오히려 자살 충동을 억제한다고 답했다.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그에 따른 자살 시도 예방법도 함께 전한다. 저자는 자살 원인은 매우 복잡하기에 모든 자살을 예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적은 노력으로나마 자살 빈도는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25년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살자들은 나름의 공통된 징조를 내보였다. ‘무언가에 갇힌 것만 같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짐만 된다’ 등의 말, 값나가는 물건을 주변에 나눠주거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등의 신변 정리, 과도한 음주나 약물 복용 등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 등을 ‘경고 신호’로 지목했다. 우울하던 사람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 역시 증상 호전이 아닌 “자살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힌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저자는 자살이라는 무게에 압도돼 당황하지 말고, 부드럽게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경청하는 ‘능동적 듣기’를 권한다. 그런 경청의 태도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서 탈출하는 힘이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몇 년 전 저자의 친구 ‘라이언’은 자살을 결심하고 집을 나서다가 우연히 만난 지인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돌렸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건넨 말 한마디가 온통 그늘진 그의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비췄다.


저자 자신을 자살 연구의 길로 인도한 지도 교수와 동료를 자살로 떠나보낸 사별자이기도 한 저자는 “미소 짓는 간단한 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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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로리 오코너 지음 | 정지호 옮김 | 심심 | 424쪽 | 2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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