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0명 중 4명, 다시 마약 손 대
"사법 절차 중이 단약할 가장 좋은 기회"

A씨(27·남)는 2021년 병원에서 마약 디톡스 치료를 마친 후 '경기도다르크'라는 민간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에 자의로 입소했다. 하지만 석달이 채 되지 않아 퇴소, 다시 마약에 손을 대 징역을 살게 된다. 센터 관계자는 A씨가 출소 후 단순 투약을 넘어 판매상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씨(27·남)는 7년 전 워킹홀리데이로 방문한 호주에서 친구의 권유로 처음 마약을 접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마약을 떨칠 순 없었다. 5년여 마약에 빠져 생활하던 그는 부모님의 눈물에 자의로 재활센터에 입소한다. 1년여 후 단약에 성공한 B씨는 현재 원광대 중독재활학과에 재학 중이다. 약물 치료 강의 보조강사로도 일하며, 마약 담당 상담사라는 꿈을 가지고 공부에 매진 중이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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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마약 중독자 재활 지원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단 지적이 나온다. 마약은 중독성이 높기 때문에 재활이 되지 않으면 또 범죄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재활 지원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대검찰청이 발표한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2017년 1만4123명이던 마약사범은 2021년 1만6153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또다시 마약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사람은 5916명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36.6%에 이른다. 마약사범 10명 중 4명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꼴이다.

이같이 높은 중독성에도 재활을 위한 치료명령을 받는 인원은 현저히 적다. 지난 13일 대법원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2075명으로, 이 가운데 치료명령이 부과된 건수는 15건(0.7%)에 그쳤다. 법원이 마약사범에 마약치료도 명령할 수 있게 된 2016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치료명령이 내려진 건수를 모두 합해도 173건뿐이다. 같은 기간 집행유예 선고 1만2011건 중 1.4%만 치료명령이 부과된 것이다.


치료명령은 보호와 감호 두가지로 구분된다. 치료보호는 전국 21개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병원에서 마약중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입원치료를 의뢰하는 조치다. 치료감호는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며, 치료감호의 선고를 받은 자는 치료감호소 '약물중독 재활센터'에 수용돼 치료받게 된다.


약물 중독 치료 강의에 대한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오른다. 마약사범 대부분은 법원 선고에서 약물 중독 치료 강의 수강명령을 받는다. 검찰에 교육이수조건부로 기소유예된 인원도 2021년 기준 1187명에 달한다. 하지만 강의는 기본적인 마약의 종류와 폐해 등에 대한 설명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기존의 약물 중독 치료 강의 등은 형식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관찰과 재활 지원을 통해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중독자에 대한 재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리서치 기업 메타서베이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0~6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독자 치료 지원이 마약 범죄 근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0.4%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답변했다.


임상현 경기도다르크 센터장도 "중독자들은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다. 예방과 처벌 차원도 중요하지만, 재활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 "며 "투약자 대부분은 차후 판매상이 돼버린다. 재활 지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마약 공급자들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실제 B씨도 센터 입소 전 마약 구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판매상으로까지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재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치료명령 존재에 대해 정확히 인지가 안 되는지 법원에서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다"며 "약물 중독에 있어 아직 처벌과 교육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재활 지원 부분이 굉장히 취약하다. 출소하고 나면 연계된 재활기관도 많이 없고, 단약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된다"라며 "사법 절차 속에 들어왔을 때가 단약할 가장 좋은 기회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도 "수사관들에게 개인적으로 입소를 권유받고 재활센터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공식적으로 재활 치료를 연계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가 시작되고 법원의 명령 이전까지 피의자가 마약에 노출된다는 맹점도 지적된다. 전경수 마약범죄학회장은 "(피의자는)법원의 명령 전까지 마약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다. 투약자는 마약에 중독된 환자다. 처벌에 앞서 추가 투약 방지와 재활을 지원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실질적인 재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도 "한국에 스스로 신청하면 치료보험 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실정"이라며 "이러한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고, 예산도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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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최근 마약 사범의 재활 및 재범 예방 정책을 담당하는 마약재활팀을 신설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이 같은 내용의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안'을 공고했다. 마약재활팀을 통해 마약류 사범의 체계적·전문적인 재활 및 재범 예방 정책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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