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베팅' 발언으로 한중관계 또 파열음
"원칙 지키되, 위험요소 줄여야 국익에 부합"
일각에선 "中 고압적 태도 고치고 넘어가야"

한국과 중국 관계가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발언으로 지난 4월 한중 외교 당국이 맞붙은 데 이어 이번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망언으로 양국관계를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에 '상호존중'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되, 위험 요소부터 줄여가는 '디리스킹'으로 대중(對中)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밀착 행보를 거듭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을 겨냥한 발언으로, 견제를 넘어 내정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정부도 전날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들이면서 맞불을 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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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맞초치'는 불과 2개월 만에 재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 관해 "우리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곧장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연달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 대해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의 외교적 결례라는 것엔 이견이 없었지만, '전략적 명확성'을 드러낸 윤 대통령의 발언에 리스크가 컸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외교가에선 한국과 중국이 재차 충돌하면서 개선 국면을 맞은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한중관계 개선에 의지가 크고 미국 또한 신냉전 구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현 정부가) 안보에 무게를 두다 보니 한미·한일 관계를 먼저 다진 뒤에 한중관계를 풀어나갈 나름의 타임라인을 목표하고 있었는데 자꾸 갈등 장면이 연출되는 것에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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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화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안보적 측면에 무게를 싣는 외교 전략이 경제·통상 분야에는 악재(惡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현재진행형이다. 예컨대 롯데그룹이 중국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던 것과 같은 손실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미 행정부도 최근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면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호응하고 있다. 군사·외교 분야와 경제·통상 분야에서 '투 트랙'으로 각기 다른 스탠스를 가져가면서, 양국 간의 위험 요소를 줄여가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인 것이다. 이는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전환의 시점'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중 간 고위급 소통이 진행되고 있고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도 중국시장에 진출하려 노력 중"이라며 "국제적 판세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리스크가 적은 비(非)군사 분야에선 협력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원칙적인 선에서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안보와 경제를 나눠 위험요소를 줄여가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할 말은 하자"…위기 관리하되, 원칙 분명히 해야
(왼쪽부터)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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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大國)'을 자처하며 한국 정부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 정부를 향해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분명한 외교 방침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중국 입장에선 압박을 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한국 정부가 대중 전략의 원칙으로 '상호 존중과 호혜에 입각한 관계'를 추구하다 보니, 전에 없던 마찰음이 생기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번 충돌을 과도한 '관계 악화'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봤다. 그는 "초치라는 낮은 수위의 대응 외엔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가 나온 것이 아닌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국관계를 평등하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위기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간 우리 정부에 대해 무소불위의 태도를 행사하던 중국의 잘못된 외교 관행은 고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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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간 파열음을 고위급 소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낸 국가 가운데 중국을 '주요 협력국'이라고 명시한 것은 한국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의 의지, 특히 한미·한미일 공조는 중국 견제 목적이 아닌 북핵 문제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입장을 깊이감 있게 주고받을 고위급 대화 채널, 1.5트랙 대화 체제 등을 고려할 때"라고 제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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