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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내고 버틴 대출 90%…美 상업용 부동산 폭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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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일시상환 비율 2010년 17.5%서 급등
재택근무·경기 둔화로 공실률 상승…가격은 하락
3년 내 1948조 원 만기 도래…연체율 ↑
美 금융위기 뇌관 우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차주들 대부분이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방식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출 중 향후 3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948조 원)에 달하는데, 차주들이 대출 연장에 실패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대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해 미 금융시장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美 상업용 부동산 대출 87.9%, 이자만 갚는다

이자만 내고 버틴 대출 90%…美 상업용 부동산 폭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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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정보업체 트렙을 인용해 미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의 기초자산이 되는 대출 중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17.5%, 2013년 51.1%에서 2021년 기준 87.9%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은 매달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평소엔 이자만 납부하가다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이 같은 대출 방식이 확산됐다. 이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시장이 급랭한 지금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자만 내고 버텨왔지만 만기에 못 갚은 원금까지 모조리 갚아야 해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보다 부담이 훨씬 큰 데다, 시장 경색으로 대출을 연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의 여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급증했고, 일부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금리가 두 배 가량 올랐다. 하지만 사무실 공실률은 치솟고, 경기 둔화 여파로 소매점 임대 수요도 줄어들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 중이다. 최근 미 부동산 투자 관리사인 포스트 브라더스의 경우 최근 워싱턴 소재 사무용 건물을 6700만 달러에 매입했는데, 이는 2019년 가을 시세(9250만 달러) 대비 27.6% 하락한 수준이다.


트렙은 향후 3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차주들은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건물을 팔아 대출금을 갚아왔다. 하지만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으로 대출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어마어마한 금액의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 대출 연장 기피…금융권 뇌관 되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미 대출을 축소하고 나섰다. 침체 국면에 빠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요 경계 대상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올해 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CMBS 대출의 35%가 현재의 금리, 부동산 임대 수익, 부동산 가격 등을 감안하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대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사무실, 쇼핑몰, 호텔 중 가장 심각한 건 사무실이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현행 금리가 지속될 경우 CMBS 기초자산 가운데 사무실 대출의 83%가 만기에 대출을 다시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현실화되고 있다. 트렙에 따르면 CMBS 대출 연체율은 올해 5월 4.02%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77%에서 한 달 만에 1.25%포인트나 뛰면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은행들은 부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손절'에 들어갔다. 영국 HSBC의 미국 법인이 최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기반의 지역은행 팩웨스트 뱅코프는 지난달 26억달러의 부동산 대출 채권을 손실로 처리 매각했고, 필라델피아 지역은행인 밴코프는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을 2500만달러 가까이 줄였다.


WSJ는 "금리가 낮고 부동산 가치가 계속 상승할 때는 소유주들이 만기가 돌아오면 새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걸로 기대했다"며 "당시엔 위험이 적었다. 하지만 이젠 많은 소유주들이 기존 대출을 갚을 수 있을 만큼 많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전 세계에서 100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35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향후 3년 내 사무실 공간을 10~20%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위해 향후 3년 내 본사 이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도 절반에 달했다. 나이트프랭크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인 엘리엇 리는 "임대 기간 만료 등을 감안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3~6개월이 아닌 3~6년에 걸쳐 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틴 그루엔버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도 "상업용 부동산은 수요 약세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당국이 앞으로 지속해서 감독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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