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 난상토론 벌일까
檢 "심문제도, 수사 상황 외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法 "기우에 불과… 모든 압수수색영장 심문 대상 아냐"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접점을 찾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를 추진하려는 법원과 이를 막으려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법원 형사법연구회는 2일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한국형사법학회와 공동학술대회를 진행한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논의하기 위해 판사와 검사, 변호사, 교수, 경찰 등이 토론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 법원에서는 장재원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와 최문수 서울고법 판사가, 검찰에서는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와 소재환 울산지검 검사가 참석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학술대회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이날 자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는 만큼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올해 3월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에 기존에 없던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또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를 기재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그러자 검찰 등 수사기관은 즉각 반발했다. 압수수색영장에도 심문제도를 도입할 경우,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수사기관의 주장이다.
이날 토론에서도 검찰은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는 수사 상황을 외부로 노출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영장 대면 심문이 진행되면, 절차에 관여하는 사람이 많아져 수사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증거가 인멸될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면 심문제도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압수수색 정보가 유출되고 절차만 지연돼 범죄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기회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예상이다.
사전 심문제도가 도입되면 수사기관이 판사의 대면 심리를 예상하여 신중하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 측은 "대면 심문이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판사를 기만하면서 무분별하게 영장을 청구·신청하고 법원은 이에 속거나 동조해 ‘영장 자판기’ 역할을 한다는 것은 70년간 서면 심리를 통해 유지돼 온 압수수색영장 제도 및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강제수사를 통제했던 법원의 역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검사는 "법원은 수사기관 또는 제보자만 불러서 심문하겠다고 하는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제보자가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에 대한 정보를 흘릴 소지가 다분하고 제보자의 신뢰성을 심문 과정에서 판별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대면 심문이 이뤄지면 기록을 검토하고 별도의 기일을 지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며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되겠지만, 검사 또는 경찰이 심문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토론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에 한정해서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를 운영하는 방안도 제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이 부패·경제범죄로 한정돼 있어서 주요 수사 대상이 정치인 또는 기업인이 될 텐데, 이들에게만 압수수색 단계부터 강제 수사를 피할 기회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에 대해 수사기관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점 중에서 반영해야 할 내용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법원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준해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영장과 관련한 대면 심문 자체가 많지 않을 텐데, 수사기관은 모든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 대면 심문을 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법원의 관점이다.
B 부장판사는 "대부분의 압수수색영장이 대면 심리를 거치게 될 것처럼 일단 전제로 깔아놓고 지적을 하고 있다"며 "실제 대면 심문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굉장히 적을 것이고, 예외적으로 활용될 제도여서 부작용이 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현재 압수수색영장과 관련해 추가 소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판사가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을 하던 것에서, 대면해 설명을 듣는 방향으로 절차를 바꾸고 그에 대한 명시적 근거를 두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법원은 오히려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가 도입되면 압수수색 가능 범위가 더 넓어지고 수사의 속도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C 부장판사는 "서면으로 충분히 소명할 수 없는 부분을 판사와 수사기관이 대면 심문을 통해 추가 또는 보완설명으로 압수수색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고, 영장이 기각돼 추가로 소명을 하기 위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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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는 애초 이달 1일부터 개정된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법무부와 수사기관 등이 반발하면서 의견 청취 과정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에서 나온 의견 등을 수렴해 수정된 규칙을 다시 입법예고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오늘 9월 전에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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