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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아버지는 왜 '빅테크 공격수' 유럽서 철수 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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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규제 필요" 강조하던 샘 올트먼
유럽선 '과도한 규제 안돼"…로비전 펼쳐

"(규제안의) 세부 사항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는 정말 준수하려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영업을 철수할 겁니다."


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을 불러일으킨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AI 관련 규제안을 두고 한 말이었다. 불과 며칠 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AI 규제는 필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상반된 발언이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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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지난 26일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유럽에서) 계속해서 영업할 생각이며 떠날 계획은 없다"고 번복했지만, 그의 발언은 큰 관심을 끌었다.올트먼 CEO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도시를 방문했다.

그는 왜 유럽에서는 AI 규제를 이유로 영업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을까? 며칠 만에 AI와 관련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워 영업 철수를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놨을까?

◆ EU, 세계 최초 AI 규제 추진 중…고위험 시스템 분류 등 회의적

EU는 세계 최초로 AI에 대한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의회는 이달 초 마련된 법안 초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조만간 유럽 의회, 유럽연합 이사회, EU 집행위원회 등에서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달 14일 유럽의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U는 '빅테크 공격수'로 유명하다. 유럽은 2018년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의 독점 방지를 위한 디지털시장법 등을 도입하며 IT 기업에 대한 압박을 수년간 지속해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 구글, 아마존 등 전 세계를 호령하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유럽의 강력한 규제 앞에 모두 무릎을 꿇은 경험이 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유럽은 전 세계에서 규제기관으로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해왔다. 유럽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IT 관련 규칙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EU가 현재 추진하는 AI 규제안이 채택되면 EU 회원국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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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트먼 CEO는 EU가 만드는 이 AI 규제안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영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었다.

그가 EU의 AI 규제안에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일부 내용 때문이다.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EU 규제안 초안에 담긴 '고위험 시스템'의 정의에 대해 회의적이다. EU의 AI 규제 초안이 적용될 경우 챗 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별도로 추가 안전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올트먼 CEO는 "(EU의) 요구사항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며 "노력은 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이 외에도 EU가 만들고 있는 AI 규제안에는 AI 업체가 불법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디자인하고 AI 트레이닝 과정에 사용된 정보의 저작권을 요약, 제공하라는 내용도 담겼다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오픈AI는 챗GPT에 정보의 저작권을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트레이닝과 관련한 비용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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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EU 의회에선 저작권이 있는 자료는 아예 생성형 AI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저작권을 공개하는 수준으로 물러선 상태다.


올트먼 CEO는 이러한 이유로 AI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유럽에서 추진하는 규제의 세부 사항들을 지적, 과도한 규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로비하러 유럽 간 올트먼…'의장국' 스페인부터

올트먼 CEO의 유럽 순방은 그야말로 AI 규제에 대응한 일정들로 채워졌다.


첫 유럽 방문지가 스페인이었던 것도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EU 이사회 순환 의장국 자리는 6개월 단위로 돌아가는데 스페인이 올해 하반기 이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AI 규제와 관련한 토론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이 이슈와 관련해 스페인의 외교적 영향력은 평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사진 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사진출처=산체스 총리 SNS 영상 캡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사진 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사진출처=산체스 총리 SNS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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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 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 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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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인기로 각국 정상들이 올트먼 CEO와의 만남에 관심을 가진 상황에서 그는 규제안에 투표하는 EU 회원국을 잇달아 만나 자기 생각을 전했다. 산체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의 회담 자리에서 올트먼 CEO는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를 지속해서 나타냈다고 한다.


다만 올트먼 CEO의 이러한 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올트먼 CEO는 런던에서 기자들에게 "철회가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지만, 그의 발언 이후 EU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U에서 내부 시장 이슈를 담당하는 티에리 브레통 집행위원은 "이 규제안은 협상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루마니아 EU 의원인 드라고스 투도라체도 "철회를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미 IT 전문업체 테크크런치는 빅테크 CEO들이 규제를 지지한다고 종종 말하지만 정부 당국 등에서 만드는 규제라기보다는 스스로 제안한 규제를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알파벳 CEO)가 정부 고위급에 로비하기 위해 했던 휘슬스톱 투어를 떠올리게 한다"며 "오픈AI가 빅테크의 전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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