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율 반등 카드는 '민생 행보'…"노조 입법이 더 효과적"
3월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 하락 기조
'음주운전 방지·마약 전쟁' 의제화
정부와 궤 함께…지지율 오를지 주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달 26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를 직접 시연했다. '민생 해결사! 국민의힘이 간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시연 행사에서 김 대표는 "(주취자가) 아예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민생 입법'에 총력을 쏟고있다. 음주운전 사고와 청소년 마약, 스쿨존 교통사고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이슈를 잇따라 법제화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직접 시연한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관련 입법도 대전에서 10살된 여아가 대낮에 인도를 걷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서두른 것이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꾸려진 지도부가 각종 설화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국면을 전환할 카드로 민생 입법을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는 실제 입법 성과로 이어져야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생 챙기기에 '출동' 나선 김기현 대표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민생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김 대표의 '현장 출동'이나 당정협의회 이후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김 대표는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지난 1일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김 대표 취임 후 첫 법안으로, 여당 의원 81명이 이름을 함께 올렸다.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의 차량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시동을 걸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의무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당 김학용 의원도 음주운전자의 운전면허 재취득을 제한하는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10년까지로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정·대가 참여한 지난 14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스쿨존 차량용 방호 울타리 설치 의무화 추진 방안이 언급된 뒤 윤두현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당은 마약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추진했다. 유경준 의원은 미성년자의 의사에 반해 마약을 투약할 경우 기존 징역 5년에서 사형·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경에는 지난달 강남 대치동 일대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건이 있다. 김 대표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인 지난달 26일 마약류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 이달 16일에는 청소년 마약중독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연이어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호기심에라도 손을 대서는 안될 마약 범죄가 극히 일부 국민의 문제를 넘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일상까지 깊숙이 침투했다"며 "마약 척결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밖에도 여당은 민생 현안에 대한 당정협의회를 수차례 열었다. 당정은 지난 15일 전기·가스요금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 요금을 5.3%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난 22일에는 ▲불법 집회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무 집행 확보 ▲오전 0~6시 심야 시간 집회시위 금지를 담는 방향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서울광장 등지에 노숙하며 집회를 벌이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21일 오후 고위당정협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고, 속도감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민생 입법' 총력, 왜?
국민의힘이 민생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민생'을 강조해왔지만, 새 지도부가 꾸려지자마자 불거진 최고위원들 각종 설화가 '이슈 블랙홀'이 되면서 김 대표의 민생 행보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특히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 등 지도부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난 3월 첫째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44.3%로 더불어민주당(40.7%)보다 앞섰지만, 이후 30%대로 떨어져 줄곧 민주당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당 윤리위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의원에 대해 징계를 내리면서 지도부 리스크가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여당이 민생 행보를 통해 지지율 반등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 관련 문제가 있어서 빛이 바랬지만 이전부터 '천원의 아침밥' 등 민생 행보를 해왔다. 저희는 야당이 아니라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앞으로) 민생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윤리위 징계, 민생 행보 후 지지율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당 지지율은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의 5월 3주차(15~19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8.5%로 전주(36.3%)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42.4%)보다는 아직 낮지만, 지난 3월 2주차 이후 10주 만에 오차범위(±2.0%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김기현 대표 체제 초반 당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가 5·18 광주 방문을 전후로 정리된 만큼 '민생'과 '경제'로 기어 변경을 할 때 대통령과 여당 모두 의미있는 수준의 지지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민생행보보다 노조 입법이 더 효과적"
전문가들은 여당의 민생 '행보'만으로는 지지율을 반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입법 성과나 획기적인 의제가 있어야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당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동돼서 민생 행보만으로 지지율 상승까지는 어렵다"며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은 윤 대통령의 G7 참석 등 외교가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의 경우 '코인'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민생 행보가 입법으로 이어지거나 정부의 정책에 맞춰 갈 경우 (지지율)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에게는 선방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총선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상승을 노린다면 마약·음주운전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입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음주·마약에 대한 민생 행보가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 노조 문제에 대한 입법을 하면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주 운전, 마약의 경우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역대 정권 모두 (마약·음주운전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며 "노조의 경우 국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역대 정권에서 건드리기 쉽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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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선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에서 여당의 민생 행보가 실제 입법으로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의 국회 의석수는 114명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185명보다 훨씬 적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법안이 속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도 오는 30일부터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바뀐다. 도로교통법, 집시법 개정안이 속한 행안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지만, 3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배정된 복지위 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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