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누적된 에너지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합산 누적 적자(미수금 포함) 규모가 올 1분기 기준 50조원을 돌파하며 요금 인상을 더 미뤘다간 자칫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골든 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인상분이 당초 산업부가 요청한 규모보다 턱없이 부족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경영 해소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발표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액을 합산한 경우 4인 가구 기준 부담이 한 달 평균 약 7400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도시지역 주택용 저압 기준 월평균 332㎾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 가구는 전기요금을 현재 6만3570원에서 앞으로 6만6590원으로 3020원, 가스요금은(월 사용량 3861MJ 기준) 월 4400원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앞서 전기요금은 지난해 ㎾h당 19.3원 인상했으며 올 1분기에도 ㎾h당 13.1원이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지난해 4차례(4월, 5월, 7월, 10월)에 걸쳐 MJ(메가줄)당 총 5.47원 등 최근 1년간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전 경영적자 해소 어려워

문제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3월 한전은 kWh당 전기를 173.3원에 구입해 139.3원에 판매하며 여전히 34원씩 손해봤다. 한전은 이번 인상안으로 연간 전력 판매수익이 2조66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 6조2000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적자 해소를 위한 인상분이 사실상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결국 이번 인상으로도 적자가 지속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전이 지난 2021년부터 2년 동안 쌓아온 적자는 38조5000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말 기준 8조6000억원의 미수금이 쌓였다. 당초 산업부는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인상하고, 가스요금 역시 MJ당 10.4원 인상해야 한다고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정부여당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요구의 사실상 절반 수준의 인상을 허락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이번 인상 규모가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락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는 3월 기준 t당 916.2달러로 작년 7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29.3%(379.4달러)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역시 전기 구매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산업부는 여전히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당초 요청한 요금 인상(㎾h당 13.1원) 수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기·가스요금을 지속 조정했지만 과거 누적된 온 요금 인상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가격이 다소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국제 에너지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국제 에너지가격과 국내 도입가격간 최대 6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제 에너지가격의 급등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도 한전 적자에 '새발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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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부담 가중

산업부가 요청한 요금 인상안보다 적은 규모지만 서민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올여름 냉방비 폭탄이 우려된다.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이 3000원 안팎 오르면서 누진제를 적용할 경우 올여름 실질적인 부담액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사용량까지는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한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전력공사의 복지할인 요금제도 역시 지속 지원한다. 월 8000원~2만원까지 전기요금 할인을 지원하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월 전기요금의 30%를 할인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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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기존 생계·의료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에서 주거·교육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주택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해오던 전기요금 분할납부제도를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에까지 확대한다. 올해 6~9월 한시 시행되는 전기요금 분할납부제도는 월 요금 50% 이상 납부 후 잔액을 최대 6개월 분납할 수 있다.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 결정에 대한 독립성도 강조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전기 요금 결정에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관련 연구 용역이 마무리될 예정이니 각계 각층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의 할인 대책은 계속 낼 예정"이라며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책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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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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