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한 가정서 자라 파리서 교육
피식민자, 흑인 여성 등 정체성 고민
30대부터 흑인 뿌리 찾는 내용 소설 출간
수상하면 역대 최고령 수상자 돼

프랑스 여성 소설가 마리즈 콩데가 올해 부커국제상 롱리스트에 올랐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태어난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고등교육 등을 받았지만, 프랑스 본토에서 목격한 식민지 현실과 처참한 흑인 여성의 삶을 보며 흑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소설을 주로 썼다.


1937년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푸앵트아피트르에서 태어난 콩데는 은행가 아버지와 최초의 흑인 여성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렇게 유복하게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프랑스 본토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9년 그가 62세에 펴낸 자신의 회고전 <울고 웃는 마음>에 따르면 그는 16세에 가족을 떠나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그간 과들루프에서 누렸던 삶과 다른 번뇌에 빠진다. 식민 본국이 겪고 있는 현실과 함께 흑인 간의 계급 인종별 격차, 프랑스 대학 입학 초기에 백인들 틈에서 만난 흑인 대학생 사회의 정치적 흐름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소설가 마리즈 콩데. 사진=위키백과

소설가 마리즈 콩데. 사진=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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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태어난 섬 역시 카리브해의 작은 섬으로,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사람들의 후손이 많이 살았다. 이 기간 콩데는 자신이 흑인이자 여성, 피식민자로 겪은 세월과 현실 인식에 대해 깊이 사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전적 에세이기도 한 이 책은 1999년 출간 당시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문학상을 받았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문학상은 1982년 프랑스 사서협회에 의해 제정됐으며 여성 최초의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후 콩데는 1958년 기니의 배우 마마두 콩데와 결혼한 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이주해 프랑스어 교사로 일했다. 기니, 가나, 세네갈 등을 오가며 10여년간 생활한 끝에 1973년 프랑스로 돌아와 파리3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혼한 뒤 1981년 그의 책 영문판 번역가와 재혼했다. 이후 파리10대학교, UC버클리, 메릴랜드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등에서 2005년까지 프랑스어권 문학을 가르쳤다.

1972년 35세에 첫 소설을 펴낸 그는 대표작 <세구>를 비롯해 여성문학대상 수상작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아카데미프랑세즈에서 수여하는 아나이스세갈라 문학상 수상작 <사악한 삶> 등의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집필 활동 초기에는 희곡을 썼으나, 파리에서 교육받은 젊은 흑인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내용의 <에레마코농>(1976)을 시작으로 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2014년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았으며,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아카데미문학상과 2021년 치노 델 두카 국제상을 받으면서 세계적 작가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그의 소설, 수많은 에세이 등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콩데는 아프리카 문화의 가치를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인 여느 카리브해 출신 작가들과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카리브해에는 카리브해만의 문화가 있으며, 자신들의 정체성도 다른 곳이 아닌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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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국제상 후보에 오른 <신세계의 복음>도 그런 책으로, 심사위원단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전통을 차용해 우리를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세계로 이끈다"며 "유머와 시, 깊이와 가벼움을 적절히 혼합하는 데 성공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콩데는 올해 나이 86세로, 상을 받는다면 2005년 69세였던 이스마일 카다레를 넘어 이 부문 최고령 수상자가 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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